‘양현종 Being 양현종’… 나쁜 컨디션에도 팀 승리 이끄는 에이스의 품격

남정훈 2023. 7. 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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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구위와 다양한 구질을 보유한 에이스 투수라도 컨디션은 들쑥날쑥하기가 다반사다. 진정한 에이스의 조건은 컨디션이 좋을 때 ‘언터쳐블’급의 투구를 선보이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컨디션이 나쁠 때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대투수’ KIA의 양현종(36)이 6일 딱 그랬다.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SSG의 맞대결은 양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1988년생 동갑내기 좌완투수인 양현종과 김광현의 매치업, 이른바 ‘광현종 매치’로 관심을 모았다.

6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5회말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친 KIA 양현종이 더그아웃으로 가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산 8번째로 성사된 ‘광현종 매치’는 비가 맺어준 대결이었다. 당초 SSG는 이번 주중 3연전에 박종훈-이건욱-김광현으로 선발 순서를 짰고, KIA는 윤영철-양현종-대체선발이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경기가 비로 취소됐고, 이에 SSG는 5일 박종훈, 6일 김광현, KIA는 5일 윤영철, 6일 양현종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다시 짜면서 현역 다승 1,2위이자 역대 통산 2,4위(양현종 163승, 김광현 154승)에 올라있는 ‘대투수’ 간의 ‘빅뱅’이 또 다시 이뤄졌다.

이날 맞대결 이전 둘의 매치업은 지난 5월9일에도 성사된 바 있다. 2015년 9월26일 광주 경기 이후 약 8년 만에 성사된 ‘광현종 매치’에서 양현종은 8이닝 6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선보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6이닝 6피안타 3실점에 그친 김광현은 패전투수가 됐다. 5월9일 맞대결 결과를 포함한 이날 이전의 7번의 맞대결에선 양현종이 3승2패로, 2승4패의 김광현보다 한발에 앞섰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두 선수 모두 그리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김광현은 전날 SSG 마운드를 상대로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17점을 뽑아낸 KIA 타선의 화력에 잡아먹혔다. 4.1이닝을 던지며 8피안타 4사구 3개를 내주고 7실점(7자책)으로 무너졌다. 심지어 최형우에게는 홈런포 2방을 얻어맞기도 했다.

양현종도 이날 5이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공을 107개나 던졌다. 이닝당 21개가 넘어가는 투구수는 분명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양현종은 5피안타 2볼넷만 내주며 실점을 단 1점으로 막아낸 뒤 7-1로 앞선 6회부터 후속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8회 SSG 타선이 뒤늦게 폭발해 5점을 뽑아내 KIA는 7-6으로 신승을 거뒀다. 양현종이 1점만 더 내줬더라도 경기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날 승리로 양현종은 시즌 5승(4패)째를 거둠과 동시에 통산 승리로 164로 늘렸다. 현역 다승 2위이자 역대 4위인 김광현(154승)과의 승수 차이는 10승으로 벌어졌다.  

6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1회말 KIA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뒤 더그아웃에서 취재진을 만난 양현종은 ‘광현종 매치’에 대한 소감을 담담하게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월9일 맞대결에서는 (김)광현이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상대 선발 투수가 누구건 제가 싸우는 건 상대 타자다. 상대 선발이 (김)광현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팀 타자들을 믿었다. 그는 “어제 우리 타자들이 컨디션이 좋아서, 경기 들어가기 전부터 최소 실점으로만 막으면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초반에 점수를 뽑아주면서 저도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현종은 전날 삼성과의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김태군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김태군과의 호흡에 대해 묻자 양현종은 “(김)태군이는 좋은 포수다. 저는 항상 포수가 요구하는 대로 던지는 스타일이다. 다만 호흡에 대해 살짝 걱정을 하긴 했지만, 태군이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잘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양현종도 5이닝 동안 107개나 되는 투구수를 소화한 것에 대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그는 “오늘은 밸런스가 너무 안 좋았고, 전체적인 스피드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슬라이더나 변화구도 존에서 크게 빠지는 볼이 많아서 투구수가 많아졌다”면서 “최대한 막으려고 했다. 제 구위로 승부하기 보다는 야수들을 믿고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자라는 마음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KIA는 후반기 대반격을 위해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고 이날 밝혔다. 아도니스 메디나와 숀 앤더슨을 방출하고, 대체 외국인 투수로 마리오 산체스와 토마스 파노니를 영입했다. 산체스는 2023시즌을 대만리그의 퉁이 라이온스에서 뛰던 선수이며, 파노니는 지난해에도 대체 외국인 선수로 KIA에 합류해 뛴 적이 있는 투수다.

2007년 데뷔해 그간 수많은 외국인 선수와 뛰어온 양현종이지만, 메디나와 앤더슨과의 이별은 유독 무겁게 다가온다고. 양현종은 “새로 들어올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어느덧 저도 프로 17년차가 됐다. 이렇게 한순간에 떠나는 선수들 중에는 정이 많이 든 선수들도 있는데, 그들이 갑자기 떠나는 것에 대해 유독 무거운 마음이 들더라. 앤더슨이나 메디나가 캠프 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고, 우리 팀에 녹아들어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올 선수들에게 잘 해줘야 하는 것은 아는데, 확실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감수성이 예민해진 것 같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면서 현실이 조금 잔인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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