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다문화 특구 찾은 당구스타 피아비, 살맛 나는 이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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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롱 피아비다."
안산시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피비에이 투어 대회를 유치했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스타 선수들이 여럿 출전하면서 대회는 이 지역 동남아 이주민 사회의 화제가 되고 있다.
안산은 2021년 시민구단인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 인도네시아 선수 아스나위를 동남아 쿼터 1호로 영입하는 등 스포츠를 통한 이주민 사회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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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롱 피아비다.”
길 가던 청년 3명이 한눈에 알아보고는 반갑게 소리친다. 캄보디아 출신 프로당구 스타 스롱 피아비도 갑작스럽게 모국어를 듣고 얼굴이 환해진다. 거리에서 얘기꽃을 피우는 이들은 비가 내리는 줄도 모르고 수다를 떤다. ‘객지에선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라는 속담이 실감 난다. “방송에서만 보다 직접 보니 떨린다”, “사장님도 피아비는 안다”라고 말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싱글벙글한다. 지난 4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 마을특구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이날 밤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3명이 누린 ‘호사’는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3~2024 실크로드&안산 피비에이(PBA)-엘피비에이(LPBA) 챔피언십이 계기가 됐다. 안산시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피비에이 투어 대회를 유치했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스타 선수들이 여럿 출전하면서 대회는 이 지역 동남아 이주민 사회의 화제가 되고 있다. 안산시 관계자는 “지역의 외국인센터와 연결해 대회 개최를 알렸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대사관에는 당구 대회 소식을 전파해 이주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안산시가 스포츠를 통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도시의 활력을 높이려는 이유는 지역의 독특한 위상과 연결돼 있다. 일찍부터 국가산업공단이 자리한 안산에는 전체 71만여명 인구 가운데 115개국에서 온 9만여명 외국인이 살고 있다. 도시 특성답게 각국 이주민이 운영하는 식당이 즐비하고, 고향의 맛을 보기 위해 전국의 이주 노동자들이 이곳을 방문할 정도라고 한다. 원곡동 지역의 초등학교에서는 이주민 자녀가 90% 이상을 차지해 교사와 통역사 등 2명이 교실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는 게 안산시 관계자의 말이다.
기존에 유치했던 다른 중·소 종목 대회와 달리 관중이 많이 모이는 것도 고무적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피비에이 쪽은 “평일인데도 하루에 평균 1000명의 관중이 들어온다. 주말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제조업 기반이 강한 안산시로서는 당구 산업과의 연계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당구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피비에이도 안산시의 도시 특성을 반영해, 대회에 출전한 한국, 캄보디아, 베트남, 콜롬비아의 선수들을 다문화 마을특구에 초청했고, 선수들은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음식을 나누면서 문화 교류에 나서기도 했다.
안산은 2021년 시민구단인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 인도네시아 선수 아스나위를 동남아 쿼터 1호로 영입하는 등 스포츠를 통한 이주민 사회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안산은 이주민 스포츠 동아리가 한때 100개를 넘는 등 국내에서 이주민 생활스포츠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다. 시에 외국인주민지원본부를 설치한 거의 유일한 지자체로 이주민을 위해 스포츠·문화 활동도 돕고 있다.
피아비와 우연히 만난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석티릿은 “피아비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 피아비가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피아비가 우승하든 못하든, 피아비와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석티릿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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