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사결정 다 바꾼다"…4대그룹, 전경련 복귀할까
삼성·SK·LG·현대차, 국정농단 사태 후 전경련 탈퇴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임기를 한달여 남겨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전경련을 뛰어 넘어 4대 그룹의 복귀 명분을 만들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평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하고,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는 안건을 내달 말 총회에 올린다.
김 대행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차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 운영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8월 총회에서 새 회장을 비롯해 여러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4대 그룹 복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그는 "(4대 그룹에) 기본적으로 전경련 모습이 바뀌는 걸 다 설명했다"며 "미르·케이 같은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 SK, 현대차, LG 4대 그룹은 지난 2017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전경련을 탈퇴했다. 당시 대기업들은 전경련을 통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774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김 대행은 "과거 의사 결정을 회장이 단독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경우 정치적 압박을 견디기가 힘들다"며 "그래서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의사결정 구조를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전경련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김 대행은 "과거의 전경련으로 복귀한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8월말 총회를 통해 법인 정비 작업이 다 이뤄질 것"이라며 "그때 한경연과 통합도 하고 새로운 정관도 만들고 새 출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4대 그룹은 전경련 가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전경련은 탈퇴했지만 한경연에는 회원사로 남아있었던 4대 그룹은 한경연 해산안에는 동의했지만 전경련이 회원을 승계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는 한경연이 전경련으로 흡수 통합되면 한경연 회원사도 전경련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이 맞지만 4대 그룹이 여기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삼성의 경우 한경연으로부터 해산 계획을 전달받은 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5개사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이 모여 3차례 회의 후 각사 CEO 보고를 거쳐 한경연 해산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원 자동 승계 안건은 5개사의 이사회 및 삼성준법감시위원회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SK, LG, 현대차 등 다른 기업들 역시 한경연 해산에 동의한 건 맞지만 전경련 회원 승계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며, 추후 결정할 문제라고 거리를 두고 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전경련 회원사로 돌아가기는 아직 이르다는 말이 그룹 내부 입장이다"며 "만약 재가입하게 된다면 이런 우회적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도 "아직 내부적으로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논의하는 상황은 아니며 지켜보고 있다"며 "명확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약 4대 그룹이 재가입을 하게 되면 한꺼번에 들어가는 모양새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할 경우 수십~수백억원 수준의 회비를 다시 내야하는 만큼 내부 논의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4대 그룹 탈퇴 이전인 2015년의 경우 전경련이 회원사들에게 받는 회비는 연간 500억원이었으며 이중 4대 그룹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다. 외부에 공개하진 않았지만 삼성은 100억원, 나머지 SK·LG·현대차는 50억원 수준의 회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경련 재가입은 회비도 만만치 않으므로 제대로 된 절차는 거쳐야 하는데 아직 그 절차를 얘기할 단계도 아니다"며 "국민 정서로 볼 때 전경련 재가입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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