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본단자 감독 "김연경 잔류 설득? 무슨 대화 나눴는지는 비밀"

이재상 기자 2023. 7.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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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챔프전 패배 좋은 교훈"
1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2023 프로배구 시상식에서 여자부 베스트7에 선정된 흥국생명 김연경이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3.4.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용인=뉴스1) 이재상 기자 = 2023-24시즌을 앞둔 여자 프로배구 FA시장에서 가장 화두는 김연경(35)의 거취였다. 이적과 잔류를 두고 고민하던 김연경은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흥국생명 감독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눈 뒤 재계약에 사인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 많은 팬들이 가장 궁금했던, 김연경의 잔류를 이끌었던 아본단자 감독의 말을 묻자 그는 "일급 비밀"이라며 웃었다.

6일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가진 아본단자 감독은 "진짜 비밀"이라면서 "야키(김연경 애칭)를 오래 알고 지냈다. 미안하지만 둘 만의 대화였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줬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말을 아꼈으나 아본단자 감독은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함께 했던 코칭스태프를 영입하고 FA로 김수지를 데려오는 등 다양한 청사진을 그에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무대에서 여러 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아본단자 감독은 2022-23시즌 막판 '깜짝' 흥국생명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올 초 감독 경질 후 내홍을 겪었던 흥국생명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었던 아본단자 감독을 데려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지휘봉을 잡은 뒤 정규리그에서 역전 1위를 달성하며 성과를 냈으나 가장 중요했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먼저 2승을 하고도 한국도로공사의 뒷심에 밀려 2승3패로 통합 우승에 실패했다.

"패했던 경기를 다시 돌려 봤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히 지고 나서 경기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살폈다"면서 "실수도 많았고 체력적인 부분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좋은 교훈이 됐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낯선 아시아 무대로의 도전을 결심하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난 많은 국가에서 지도자를 경험했다"며 "네트를 놓고 6명이 배구를 한다는 것은 다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아본단자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국에 온 지 5개월 정도 됐는데, 적응이 됐는지. ▶솔직히 처음에는 3일마다 경기만 해서 어려움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도가 올라왔고 어떻게 나의 배구를 이 팀에 입힐지 생각하고 있다. 아직 이뤄야 할 목표만큼 갈 길이 멀다. 구단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팀에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이 있어서 기대가 된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리버스 패배가 굉장히 뼈아플 것 같은데, 당시 경기를 다시 돌려봤는지. ▶지고 난 뒤 경기를 보면서 패배한 원인을 분석한다. 당연히 경기를 봤고 실수가 많았다. 체력적인 중요성을 깨달았다. 세터와 리베로 등이 체력적으로 문제를 겪었다. 아울러 마지막 경기를 보면 계속 이기다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기술적, 정신적인 부분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좋은 교훈이 됐다.

-한국에 와서 지도하면서 가장 다른 부분이 있다면. ▶크게 다른 부분이 있다면 국가대표를 맡은 느낌이다. 코트 위에서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팀 전체를 생각하며 여러 가지를 결정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익숙했던 유럽이 아닌 낯선 아시아 무대, 한국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민하진 않았나. ▶난 9개 국가(이탈리아, 불가리아,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폴란드, 캐나다, 그리스, 한국) 에서 지도자를 했다(실제로는 8개국).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어차피 배구는 라인과 네트가 있고 6명의 선수가 뛴다는 것은 다 똑같다.

-유럽과 달리 V리그는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 긴데. ▶장단점이 있다. 유럽의 경우 개막 7~8주 전에 모인다면 한국은 16~17주 전부터 준비를 한다. 준비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술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다만 3~4월에 시즌이 끝나고 얼마 쉬지 못하고 5월부터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다. 시스템적으로 봐도 아시아쿼터 선수(레이나 도코쿠)와 외국인 선수(옐레나 므라제노비치)의 입국 시점이 다 다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31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2022-2023 V리그 챔피언 결정전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 2차전 경기에서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3.3.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적과 잔류를 두고 고민했던 김연경이 남았는데, 어떻게 설득을 했나. ▶진짜 비밀이다. 야키(김연경)와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잔류했다는 것이 나와 팀에게 좋은 일이다. 다만 그때 있었던 얘기는 공개할 수 없다.

-한국말 중에서 즐겨 쓰는 것이 있나. ▶감사합니다, 물이요(쉬는 시간을 알리는 말), 빨리빨리. 이렇게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선수들 이름 외우는 게 쉽지 않을텐데. ▶어렵다. 작전 타임 때는 가끔 급해서 너(you), 너 이렇게 말하는데 통역한테도 수시로 묻는다. 번호를 외우는 것도 쉽지 않다(웃음).

-흥국생명에 세터가 4명이나 있는데 활용 방안은. ▶비시즌에 가장 준비를 많이 하는 것이 세터 포지션이다. 선수들이 많이 성장할 수 있기 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박혜진의 경우 재활이 길었지만 장신 세터라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이원정은 잠재력은 많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 더 성장할 수 있다.

-V리그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봉은 구단 관계자에게 물어봐 달라. 사실 그런 부분은 감독이 신경 쓰지 않는다. 유럽에서도 단장이 지시하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한국에서 쉬는 기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최근에 계속 비가 많이 와서 힘들었다. 이탈리아에 살던 곳은 해가 쨍쨍 내리 짼다. 만약 2~3일 이상 쉴 수 있다면 부산 등의 바닷가에도 가보려고 한다.

-최근 VNL에 가서 구이데티 감독 등 동료들을 만났다고 들었는데. ▶구이데티 감독이 세르비아 감독으로 한국에 와서 (용인의)보정동 카페거리에서 이탈리아식 피자를 먹었다. 고향과 비슷한 느낌의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았다. 선수들도 다 데리고 가서 식사를 했다. 이탈리아식 맛집들을 찾고 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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