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 가고 '크게 될 놈' 온다…하반기 공모주 투자 포인트는
올해 첫 대어 파두 이달 중순 수요예측
두산로보틱스·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연내 상장 추진
대어, 적정 기업가치 산정 여부가 투심 좌우
투자자, IPO기업-시장간 '눈높이 격차' 따져봐야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대어(大漁)급 공모주가 긴 침묵을 깨고 귀환할 수 있을까. 최근 두산로보틱스와 서울보증보험 등 조 단위 시가총액이 예상되는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상장을 위한 몸풀기에 나서면서 공모주를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어로 꼽히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전문기업 파두를 필두로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노브랜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나이스평가정보,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등이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연내 상장 예심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컬리, 카카오모빌리티, CJ올리브영, 교보생명보험 등도 잠재적 IPO 기대주로 거론된다. 지난해 9월 더블유씨피(393890) 상장 이후 계속된 대어 가뭄이 올 하반기에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IPO 시장 분위기만 보면 나쁘지 않다. 올 들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소형 공모주를 중심으로 시장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올 상반기 IPO 기업은 64개사로, 지난 1999~2022년 상반기 상장기업 평균치(46개)와 비교해 대폭 늘었다. 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친 31개사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도 72.4%에 달했다.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가 되살아난 것도 한몫했지만 몸값이 5000억원을 넘지 않는 중소형주들이 시장 친화적인 공모 구조로 IPO 나선 게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기업은 최근 20여 년 만에,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다만 상장기업 대부분의 공모 금액 및 시가총액이 적어 올 상반기 IPO 공모 금액과 상장 시총은 과거 평균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고 짚었다.
중형주는 공모구조…대어는 실적 대비 기업가치
상반기에는 시총이 가볍고, 유통물량 부담이 작은 중소형주에 투자금이 몰렸다면 하반기는 대어들이 IPO 시장을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하반기는 작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며 “시장에서 선호하는 로봇업종과 에코프로 그룹 등 충성 주주들이 많은 우량 기업들이 등판할 것으로 보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이후 맥이 끊긴 IPO 대어 상장이 다시 붐을 이루는 도약의 시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예심 청구 기업 가운데 최대 기대주는 협동로봇 제조사인 두산로보틱스가 단연 첫손에 꼽힌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 등 사회 구조적 변화로 협동로봇 수요가 늘어나는 등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이미 북미와 유럽 등 노동력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이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전자(005930)도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지난 2021년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 데 이어 올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두 차례 사들였다. 이는 올해 로봇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탄 배경이 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로봇산업 성장성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1조원대 기업가치를 무난하게 인정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S투자증권은 북미 시장을 비롯해 국내 시장의 높은 성장성, 유럽 시장 회복을 근거로 1조5000억원 내외로 추산했다. 비교기업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시총이 1조8000억~2조원대를 오가고 있다.
다만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녹아있는 만큼 기업가치 산정 결과에 따라 두산로보틱스 IPO의 성패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봇주의 시총이 실적 대비 크게 늘어나 있는 상황에서 기존 로봇 기업들에 상응하거나 높게 기업가치를 책정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첫 대어 파두, 대어 투심 나침반
이달 중순 IPO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파두는 올해 첫 기업가치 1조원대 IPO라는 점에서 대어급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파두는 올해 2월 약 120억원 규모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 IPO)를 유치할 당시 약 1조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파두는 오는 24~25일 기관 수요예측을 앞두고 희망 공모가 범위를 2만6000~3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1조4898억원에 이른다. 프리 IPO 당시 기업가치보다 38%가량 올려 잡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공모액 기준으로 1000억원대를 넘어선 IPO가 없어 파두에 대한 시장 관심이 큰 상황”이라며 “수요예측에서 성공한다면 로봇이나 2차전지 등 중장기 성장성이 유망한 산업에 속해있거나 확실한 실적을 보여주는 대어로 투자금이 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올해 코스닥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에코프로의 자회사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IPO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보증보험은 2010년 상장한 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에 진행하는 공기업 IPO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다만 상장 공기업은 수익성과 공익성이 상충될 경우 개인 주주들의 권리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공모 흥행에서 대박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대어 공모주 투자 시 IPO 기업과 시장간 눈높이 격차가 크지 않은 기업 위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IPO 기업이 제시한 몸값이 적정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기관 투자자들 수요예측 결과를 참고하는 방법도 있다.
박 연구원은 “대어급 IPO 기업은 이미 시장에 사업모델이나 성과가 알려진 큰 기업인 경우가 많아 중소형 공모주보다 상대적으로 투자에 대한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바라보는 기업가치를 공모기업이 공모가에 적절하게 녹였는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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