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 화재에 강한 힘까지 견딘다…‘목조 빌딩’ 이어 ‘목조 도시’ 뜬다

지난달 28일 스웨덴의 건축업체 아트리움 융베리는 스톡홀름 남쪽에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木造)도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부터 2년간 약 25만㎡에 목조건물 30동을 지을 계획이다. 이곳에 2000가구와 사무실 7000개가 들어간다.
세계 각국에서 고층 목조건물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년 노르웨이 부루문달에는 높이 85.4m, 18층인 미에스토르네 호텔이 들어서며 최고층 목조건물의 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는 지난해 7월 미국 밀워키에 지어진 주상복합 건물인 어센트가 최고 기록이었다. 어센트는 높이 86.6m, 25층인 목조건물이다. 스위스는 100m짜리 주상복합을, 호주에서는 183m짜리 아파트를 목조로 지을 계획이다.
목조건물은 19세기 이후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건축 바람이 불며 목재가 다시 건축 재료로 주목 받고 있다. 목재의 단점을 보완하는 첨단 기술까지 개발돼 고층 목조도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평 나무집이 자동차 18대 온실가스 없애
현대 도시를 만든 철근콘크리트건물은 뼈대인 철근을 콘크리트로 감싸는 방식이다. 철근은 당기는 힘인 인장에 강하지만 부식이 잘 되고,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인 압축에 강하고 인장에는 약하다. 두 재료를 동시에 사용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했다. 목조건물보다 화재에 강한 장점도 있다.
150여 년 간 도시를 책임졌던 철근콘크리트지만, 최근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철근과 콘크리트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 배출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가 철근콘크리트 건물에서 발생한다. 고층 목조건물은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됐다.
목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자란 나무로 만든다. 그만큼 목조건물은 건축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고 오히려 잡아 가두는 효과가 있다. 지난 3월 국립산림과학원이 목조건물 6종을 대상으로 자재 제조부터 건설,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탄소 감축 효과가 큰 것으로 확인 됐다.
63~136㎡(19~41평) 목조건물을 짓는 데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같은 크기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17.6~52.7t(톤) 적었다. 19평 크기의 나무 집은 차량 18대, 41평 크기는 차량 45대가 1년 간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와 충격에 강한 목재 잇따라 개발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조건물에 대해 불에 타기 쉽고, 외부 힘에 약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최근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기술들이 잇따라 개발됐다.
먼저 화재에 강한 목재이다. 불에 잘 타지 않거나, 타더라도 잘 번지지 않는다. 표면을 내열 재료로 코팅하거나, 얇은 목재를 겹겹이 쌓고 압축해 화재에 견딜 수 있는 목재가 개발돼 건물에 쓰이고 있다. 김광모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장은 “모든 건물은 화재시 건물이 버티면서 사람들이 피하는 시간을 벌도록 법적 기준이 마련돼 있다”며 “최근 개발된 목재들은 화재 기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해져 철근콘크리트처럼 경제적인 설계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목조건물이 무게나 외력에 약하다는 것도 옛 이야기다. 나무는 나무결에 따라 힘을 주면 쉽게 부러지지만, 나뭇결과 다른 방향에서 오는 힘에는 무척 강하다. 최근 얇은 나무를 겹겹이 쌓아 강도를 높인 집성목과, 나뭇결 방향을 다르게 교차시켜 쌓은 집성교차목(CLT, Cross Laminated Timber)을 많이 쓴다. CLT는 특히 나무가 휘거나 뒤틀리지 않고 강도도 세다. 얇은 나무들을 압착해 만들기 때문에 한국처럼 큰 나무가 많지 않은 나라에서도 집성목이나 CLT처럼 크고 튼튼한 목재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김광모 과장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현장에서 벽돌을 일일히 찍어서 쌓기 때문에 작업자 숙련도나 날씨 등에 따라 품질 관리가 어렵다”며 “CLT는 공장에서 균일하게 찍어내는 데다, 벽 하나 크기로도 만들 수 있어 중고층 건물을 짓기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미리 만든 CLT를 현장에서 조립해 단 몇 주만에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목조건물은 주기둥이나 수평보 같은 핵심 구조물은 목재이지만 단열재, 충진재, 연결부 등 10~30%는 다른 재료를 넣은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미에스토르네 호텔은 강풍에 건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상층 일곱층에 콘크리트 슬라브를 쓰기도 했다. 미에스토르네를 지은 건설업체 모엘벤의 룬 아브라함센 이사는 “건물이 넓어지면 100m 이상, 150m 고층 건물을 짓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목조 아파트 단지 들어서려면 법 기준 필요
세계 곳곳에서 고층 목조 도시를 실현하고 있지만, 정작 근대까지 목조도시였던 한국은 고층 목조건물을 보기 힘들다. 2021년에야 목조건물의 높이와 면적에 대한 법적 제한이 사라졌을 만큼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이 적다. 국내에서는 2019년 4월 경북 영주시 가흥동에 높이 19.12m, 5층 짜리 한그린 목조관이 지어졌으며, 내년 대전에 7층 짜리 목조건물이 완공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목조도시가 들어서려면 목조건축에 맞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고층 건축물은 대부분 아파트인데, 목재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아예 없다. 층간소음 때문이다. 국내 주택법시행령은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 아파트 세대 간 바닥은 무조건 콘크리트로 짓도록 하고 있다.
최근 기술 발전도 목조건물을 위한 법 기준 마련에 힘을 싣고 있다. 산림과학원 김광모 과장은 “국내에서도 층간소음을 해결할 목재들이 여러 종 개발됐다”며 “산림과학원이 개발한 목재도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해 목조건축에 쓰일 수 있도록 국토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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