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30% 털썩… 中 ‘디플레 주범’ 돼지고기값에 칼 빼들었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7.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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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소비국
돼지고기값 급락에 소비자물가도 휘청
업계 “3분기 말 돼지고기값 변곡점 올 것”

올해 들어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30% 가까이 급락하면서 중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물가 상승률이 갈수록 둔화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경고등까지 켜졌는데, 그 주범 중 하나로 돼지고기 가격이 지목되면서다. 중국이 한 해에 먹어 치우는 돼지고기는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 이상에 달해 물가도 돼지고기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수급 관리를 강화해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7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최근 중국 경제기획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생돼지 가격을 최대한 빠르게 합리적인 범위로 되돌리기 위해 올해 안에 두 번째 중앙 돼지고기 비축량의 구매 및 저장을 시작하고, 모든 지역이 동시에 구매 및 저장하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는 양돈 시장의 가격 변화에 고도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돼지고기 생산능력과 가격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양돈 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돼지고기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발개위가 직접 나선 것은 최근 들어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4일 기준 현재 전국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 가격은 kg당 평균 18.92위안(약 3400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25.96위안)보다 27% 넘게 하락한 것이다. 중국 남부에서 돼지 열병이 발생하면서 도축 속도가 빨라졌지만, 소비 여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공급 과잉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베이징 한 마트 내 돼지고기 코너./이윤정 기자

이같은 돼지고기 가격의 하락세는 중국 전체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해 1월 ‘제로 코로나’ 폐지로 인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 출발했다. 그러나 이후 지속 하락해 지난 5월 0.2%까지 낮아졌다. 지난 3월(0.7%), 4월(0.1%)에 이어 5월까지 3개월 연속 0%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물론, 마이너스 코앞까지 다가선 것이다.

여기서 5월 돼지고기 가격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3.2% 하락했고, 이에 따라 전체 CPI 상승률이 0.04%포인트 낮아졌다. 식품·담배·주류 부문의 총 10개 하위 분류 중 가장 큰 낙폭이다. 게다가 신선과일 가격이 3.4% 상승해 겨우 0.07%포인트를 끌어올렸는데, 이를 절반 이상 깎아 먹은 것이다. 모건스탠리화신증권의 장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돼지의 생육 주기에 따라 지난 몇 년간 CPI 내 돼지고기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전체 CPI에 미치는 영향은 1.0~1.5% 사이로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의 힘은 엄청난 소비량에서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5541만톤(t)으로 세계 1위였다. 이렇게 많은 돼지고기가 시장에 나와도 역부족이다. 지난해에만 5743만4000t을 소비해 전 세계 소비량의 50.7%를 차지했다. 중국 헝톈그룹 산하 신시대자산연구소는 “거대한 인구 기반과 독특한 식습관으로 인해 중국은 수년간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 및 소비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3분기 말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줘촹즈쉰은 “돼지 도축량은 10월 이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9월부터는 대학 개교 등으로 인해 수요가 제한적으로나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둥팡진청의 펑린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난해 7~8월 돼지고기 가격이 급상승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저효과로 인해 당분간 돼지고기 가격 하락 폭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이는 CPI 추세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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