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새마을금고]③ 부동산PF 부실·비리… “박차훈 회장 취임 후 종양 커졌다”

진상훈 기자 2023. 7.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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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 최측근, 출자 비리로 연이어 구속
회장 취임 후 부동산 PF 확대…대출 부실로
내부통제 뒷전… ‘깜깜이 선출 방식’ 도마 위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뉴스1

최근 새마을금고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에 휩싸인 것은 잇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경영진의 비위로 고객들의 불안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018년 박차훈 중앙회장 취임 후 부동산 PF와 기업금융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웠는데, 이 과정에서 부실 대출과 투자 담당자의 뇌물수수 등 각종 비위 행위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 회장 본인마저 새마을금고가 겪고 있는 각종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전직 운전기사를 포함한 그의 측근들은 돈을 받고 거액의 출자를 알선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 회장 취임 후 대체투자 사업 확대를 위해 영입된 고위 인사도 펀드 출자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내부통제 역시 박 회장 취임 후 마비 수준에 이르렀다는 혹평을 받는다. 여러 지역 금고에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대출이 이뤄졌고, 임직원의 횡령과 배임 등 금융 사고도 계속되고 있다.

◇ 회장 운전기사가 3000억원대 비위 주도… ‘2인자’는 檢 체포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달 19일 M캐피탈의 최모 부사장을 알선 수재와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새마을금고중앙회 기업금융부의 최모 차장을 알선 수재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최 부사장은 박차훈 회장의 운전기사 출신으로 지난 2019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 3370억원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T리더스PE에 출자하도록 알선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0년 12월 설립된 M캐피탈의 부사장으로 합류한 후 출자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면서 이 운용사로부터 31억원을 받아 도박과 수입차 구입 등에 썼다. 최 차장은 최 부사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쓰는 등 총 1억60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하고 ST리더스PE에 자금을 출자해줬다.

이들이 주도한 펀드 출자 비위와 관련해 검찰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박 회장에 이어 ‘2인자’로 꼽히는 류혁 신용공제 대표도 지난 5일 체포했다. 검찰은 새마을금고의 출자 비위가 ST리더스PE 외에 여러 건이 더 있을 것이라 파악하고, 중앙회 최고위층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류 대표는 지난 2020년 5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로 영입된 인물로 역시 박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8일에는 수사관을 보내 박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3000억원대 펀드 출자 비위와 최근 드러나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 부실 등과 관련해 박 회장 역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 4일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호평지점에서 고객들이 예·적금 상품을 해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 박차훈, 취임 후부터 “대체투자 키워라”… PF 대출 부실로

새마을금고는 중앙회에서 주도한 펀드 출자 비위뿐 아니라 전국 여러 지역 금고에서도 부동산 PF 부실이 연이어 드러나며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 남양주의 동부새마을금고는 최근 600억원 규모의 PF 부실 대출로 폐업했다. 대전과 대구 지역 금고들도 대출을 해준 사업장의 오피스텔 분양이 실패해 위기를 맞았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부실이 최근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은 중앙회 차원에서 대체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데 따른 역효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2018년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과 기업금융, 인프라, 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채권 등 안정적인 전통 자산보다 대체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자산 규모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특히 부동산 부문의 경우 기존 대체투자본부 산하의 조직에서 지난 2020년 프로젝트금융본부로 격상되기도 했다.

문제는 박 회장 취임 후 5년간 새마을금고가 벌려 놓은 부동산 PF와 각종 대체투자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대거 부실화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앙회 차원에서 대출과 투자를 독려하면서 많은 지역 금고가 부동산 PF에 뛰어들었지만,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나 감독은 이뤄지지 않았다.

남양주와 대구 등 여러 지역 금고에서 대출 부실이 발생한 것도 미분양 위험이나 부동산 경기 향방 등에 대해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새마을금고 감독 기관인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일부터 8월 11일까지 연체율이 10%를 웃도는 새마을금고 30곳에 대해 합동 특별검사를 실시한다. 또 필요할 경우 지점 폐쇄나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시내의 한 새마을금고 광고판 모습. /뉴스1

◇ 감독 없는 ‘그들만의 회장 선거’

박 회장 취임 후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내부통제 역시 ‘낙제점’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임직원의 횡령과 배임·사기·알선수재 등 각종 사고는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85건에 달했다.

각 지역 금고에서 발생하는 여러 금융 사고와 비위를 통제하고 감독해야 할 중앙회가 투자 수익 확대로 덩치를 불리는 데만 급급했던 결과다.

박 회장과 각 지역 금고의 경영 실패, 각종 비위 행위를 지금껏 막을 수 없었던 것은 새마을금고의 회장 선출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각 지역 새마을금고는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이사장을 뽑고, 이사장들은 간선제 투표로 중앙회장을 선출한다. 그런데 조합원 투표로 당선된 이사장도 있지만 회원 수 300명이 넘는 지역 금고는 회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총회 대신 대의원회 투표로 이사장을 선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지역 금고 이사장들은 무제한 연임이 가능했고, 이들에 의해 ‘깜깜이’로 선출된 중앙회장 역시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았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선출 권한이 있는 이사장들을 대상으로 금품 살포 등 각종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새마을금고는 오는 2025년 치러지는 19대 중앙회장 선거부터는 직선제 선출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사실상 ‘그들만의 선거’를 통해 회장은 무한한 권력을 누리고, 금융 당국의 통제도 받지 않았다”면서 “박 회장 취임 후 지속된 부동산 PF와 기업금융 투자 확대가 물 밑에선 고객 자산을 미끼로 한 각종 비리로 얼룩지는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종양을 키우는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새마을금고 측은 주요 지표들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고 연체율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며 “예·적금 중도해지 부활 등을 통해 고객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비즈는 박차훈 회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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