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구름 뉴진스①] 민희진의 진심, 담대함과 자신감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뉴진스는 구름 같아요. 보시는 분마다 다양한 모양으로 해석 가능하니까요."(해린)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NewJeans)'는 구름이다. 멤버 해린의 말처럼 여러 해석이 가능한 색다른 콘셉트를 매번 시도함에도 하늘 위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처럼 항상 감탄을 자아내니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뉴진스의 좋은 음악들은 궁극적으로 저 하늘 위 아름다운 상태에 도달한다. K팝의 매력적인 부분들을 미적인 측면으로 끌어올린 미학적 성취. 뉴진스의 프로듀서인 어도어(ADOR) 민희진 대표는 K팝에 미학적 진보를 가져왔다.
물론 미학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실제 물리적인 인기 체감 차원에서도 그렇다. 뉴진스가 발표하는 노래들 역시 순도 높은 청량함과 투명한 아련함으로 구름처럼 각종 차트의 상단까지 올라갔다.
지난 3일 데뷔 앨범 '뉴 진스'의 마지막 트랙 '허트(Hurt)'가 1억 스트리밍을 넘기면서 뉴진스는 지금까지 발표한 8곡 중 6곡을 스포티파이 억대 스트리밍 뮤직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코카콜라 CM송인 '제로(Zero)'와 미국 래퍼 제이아이디(J.I.D)와 함께 한 '제로' 리믹스 버전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들이 발표한 곡 전부다. '뉴 진스' 수록곡 '어텐션' '하이프 보이' '쿠키' '허트' 그리고 첫 싱글 '오엠지(OMG)' 타이틀곡과 선공개곡인 'OMG'와 '디토'로 일궈낸 성취다.
음악 프로듀서가 아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 민 대표는 좋은 곡을 알아보는 선구안도 가지고 있다. 최근 그녀만큼 좋은 음악을 많이 찾아 듣는 이들도 드물다고 한다.
지난해 7월22일 제로 탄산음료처럼 무해하면서도 청량한 '어텐션' 뮤직비디오를 발표하며 데뷔한 뉴진스는 이렇게 1년도 안 돼 민 대표와 함께 K팝 신(scene)에 새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뉴 진스'로 여름의 상징이 됐고 'OMG'로 겨울의 아이콘이 됐다.
뉴진스는 7일 오후 1시(한국시간) 발매하는 미니 2집 '겟 업' 선공개 싱글 '슈퍼 샤이(Super Shy)'로 올 여름도 흥행을 예고하고 나섰다.
선공개 싱글엔 2곡이 담긴다. 21일 발매되는 '겟 업' 트리플 타이틀곡 중 하나인 '슈퍼 샤이'와 프롤로그 곡 '뉴 진스(New Jeans)'다. '슈퍼 샤이'는 저지 클럽 리듬과 신나는 비트를 기반 삼은 노래다. '뉴 진스'는 UK 개러지 리듬과 저지 클럽 리듬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과 팀명을 활용한 가사가 돋보인다. '뉴 진스' 뮤직비디오는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파워퍼프 걸'과 협업했다.
다음은 일곱 명의 음악 전문가들이 정리한 뉴진스 데뷔 1주년의 의미들이다. ①뉴진스 1주년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지 ②뉴진스 노래들 중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노래 두 곡 ③민희진 프로듀서의 역할엔 어떤 장점 ④팀의 미래는 어떻게 점치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뉴진스 데뷔 1주년을 기념해 이들의 새 앨범 발매 전후까지 [여름 구름 뉴진스] 시리즈를 선보인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
② (음원이 추가로 더 공개된 이후 답변 예정)
③ 케이팝 시장의 기획자, 제작자들이 그간 남성 중심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이외 다수)으로 주목받고 그들의 철학을 소년 소녀들에게 이입한 반면 민희진 대표는 40대 기획자가 주도하는 케이팝 세계의 가능성을 보였고, SM과 하이브에서 쌓은 개성있는 포트폴리오와 시류를 읽는 감각, 과감한 추진력으로 뉴진스에 다른 케이팝 그룹과 다른 독특함을 부여하고 있다.
박준우 음악평론가(블럭(Bluc))(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
②▲디토 : 드레이크가 꺼내든 이후 저지 클럽이 다시 급부상하고 그게 팝 음악에서도 조금씩 드러나는 시점에서 동시성 있게 저지 클럽을 써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허트 : 상대적으로 덜 언급되는 곡이지만 결국 멤버들 음색이 가장 드러나는 곡은 이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250 리믹스 버전을 추천합니다.
③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하게 있고, 그 구상을 거의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④ 사실 걸그룹의 판도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상반기만 해도 뉴진스는 아이브가, 아이브는 에스파가, 에스파는 (여자)아이들이 대체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필요한 건 사실 장악력보다는 꾸준히 오래 갈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한데, 첫 행보가 좋은 성과를 거둔 만큼 앞으로도 그런 힘은 계속 가지고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혜인 음악평론가
③트렌드를 기민하게 읽고 좋은 협업자를 선택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기획력
④뉴진스는 음악과 컨셉 전반에서 레트로 지향적이면서도(과거) 케이팝 최전선에 있다는 느낌(미래)을 동시에 준다. 그 어떤 팀보다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고, 그만큼 음악적 행보가 기대되는 팀이다.
유지성 프리랜서 에디터
②▲어텐션 : 주의를 끄는 제목, 멤버들이 무척 잘 드러나는 뮤직비디오의 댄스 신, 메이저와 마이너 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코드 진행까지 이상적인 데뷔곡. ▲디토 : 라디오에서도, 길에서도, 클럽에서도 수도 없이 들었다. 비모어가 한국 메인스트림 음악 신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사례.
③ 믿음을 가진 사람에 대한 신뢰, 개별 콘셉트의 디테일, 이 둘을 하나로 묶는 추진력.
④ 이미 경력 초반이지만 '디토'(와 '디토'가 포함된 )로 보여준 음악적 지향점, 차트 성적 모두 워낙 인상적이었기에 미니 2집 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은 프리랜서 PD
②▲하이프 보이 : 세상에 처음 뉴진스로서 인사를 건넨 곡이자 세상을 연결한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1곡만 뽑음)
③④ 소위 말하는 '진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프로듀서 본인이 그리거 있는 세계가 확고하고 그것을 구현해내는 능력 외에도 사람들이, 대중들이 기대하는 바를 캐치하고 그것을 메이킹하는 일에 매우 진심이라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민희진 프로듀서의 진심이 다할때까지 팀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자라날 것 같습니다. 프로듀서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고, 동시에 언제나 다른 팀들과는 '다른' 뉴진스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희윤 음악전문 기자(희미넴·Yuni Lim)
③초대형 제작사, 천문학적 자본이란 부담감을 등에 지고도 당대의 트렌드나 공식을 과감히 탈피해 도전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담대함과 자신감.
④판을 흔들고 새로운 경향을 이미 주도하고 있을 뿐더러 현재 차트 최상위권에서 경쟁하고 있는 팀들(블랙핑크, 아이브, 르세라핌, (여자)아이들, 에스파) 모두와 전혀 다른 콘셉트로 승승장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연속적인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봄.
조혜림 PRIZM 음악콘텐츠 기획자
① 화려한 세계관과 걸크러쉬, 형형색색의 강렬한 이미지가 넘치는 K팝 신에 90~0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청순하고 깨끗한 소녀들의 등장은 이러한 콘셉이 낯선 1020의 마음을 사로잡음을 넘어 3040에게도 오랜만에 그리운 덕심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 JYP의 미스에이가 데뷔와 동시에 음원스트리밍 차트 1위를 차지했던 이래로 사전홍보 없이 공개와 동시에 신드롬급 인기를 불러일으킨 걸그룹은 오랜만이다. 또한 뮤직비디오 선공개 및 3곡의 이지리스닝한 타이틀을 가지고 나온 파격적인 행보는 담숨에 이 그룹의 정체성을 알렸고, 팬덤 비즈니스 위주의 아이돌 시장을 보다 대중화 시키는데 일조했다. 또한 스타일리시한 앨범 및 팬시한 굿즈는 팬뿐만 아니라 라이트 한 관심을 가진 대중 역시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이돌 비지니스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②▲어텐션 : 밈으로 열풍적인 인기를 불러 모은 하입보이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어텐션이야말로 뉴진스의 정체성 그 자체이자 하이틴, 청량함, 순수함을 가득 담은 4세대 걸그룹의 신세계였기에 어텐션을 뽑는다. 멤버들이 까만 긴 생머리를 흩날리며 활짝 웃는 싱그러운 모습은 보는 순간 그들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디토 : 스포티파이 3억 이상 스밍, 멜론 13주 1위라는 신드롬급 기록을 세우며 이 그룹의 대표 곡이 된 디토. 굳이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않아도 디토는 캠코더와 교복, Y2K 감성의 열풍을 일으켰고 기존 M세대에게는 향수를, Z세대에게 겪어본 적 없었던 추억까지 상상하게 만들어 주었다. 작년부터 대한민국 플레이리스트들은 하이틴 열풍으로 가득차 클루리스, 퀸카로 살아남는 법등의 미국 영화의 화려한 패션과 음악들이 밈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뉴진스는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같은 첫사랑 감성으로 새로운 방향의 하이틴 열풍을 일으켰다.
③f(x), 샤이니, 소녀시대, 레드벨벳 등 꾸준히 자신만의 취향과 감각으로 K팝 신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번 뉴진스를 통해 자기 복제가 아닌 또다시 새로운 형태의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면에서 놀랍고 K팝의 팬으로서 감사하다. 같은 소녀 콘셉트더라도 f(x)의 소녀, 소녀시대의 소녀, 레드벨벳의 소녀는 확연히 다른 이미지를 추구해왔다. 한편으론 10대 소녀 시기를 벗어난 20대의 뉴진스가 어떤 앨범을 만들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한 과거 민희진 프로듀서가 만든 수작인 f(x) '핑크 테이프(Pink tape)'를 뛰어넘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앨범이 나오길 기대한다.
④ 아직까지는 신비주의에 감춰진 이 팀의 멤버들이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색을 표현할지 궁금하다. 마치 우주의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기 위해 막 지구를 벗어난 우주선처럼 뉴진스를 향한 탐험은 이제 막 시작됐다. 항상 신선한 장르와 트렌디한 콘셉트를 추구하면서도 완벽한 실력으로 15년동안 끝없는 성장을 보여준 샤이니처럼 오랜시간 늘 새롭고 트렌디한 이미지의 대표주자가 되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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