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경남행복교육지구②] 예산 삭감, 마을교사들 교육감 선거 지지 때문?
[편집자주] 경남도교육청과 경남도의회가 행복교육지구 추경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요청한 추경 예산이 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업현황과 예산 삭감 배경 등을 중심으로 경남행복교육지구 운영을 둘러싼 현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행복교육지구 예산 삭감을 두고 정치적 이념적 갈등이 불씨를 키웠다는 경남교육청과 도의회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삭감 핵심 이유로 도의회는 마을교사들이 교육감을 지지선언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박종훈 교육감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며 '교육감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마을교사들이 교육감 지지선언…정치적 편향” 경남도의회와 경남도교육청의 행복교육지구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말 도의회가 도교육청의 올해 본예산 심사과정에서 관련 예산안의 절반을 삭감한 게 발단이 됐다.
도의회는 지난해 본예산 심사과정에서 행복교육지구 74억원 중 30억원, 행복마을학교 24억원 중 12억원 등 예산을 절반가량 삭감했다.
당시 도교육청 소관 예산결산특별위원들은 행복교육지구 교사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다.
도교육청은 예산 삭감에 행복교육사업 차질이 우려된다며 지난 6월 1회 추경예산안에 37억원을 다시 반영했다.
그러나 추경 예비심사를 한 도의회 교육위에서도 국민의힘 중심으로 행복마을 교사들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박종훈 교육감의 지지 선언을 했다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하며 예산을 삭감했다.
다만 도교육청이 마을교사 선발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는 서약서를 받는 등 쇄신방안을 밝히면서 도교육청에서 올린 추경예산에서 행복교육지구 12억원, 행복마을학교 2억원 등 일부만 감액했다.
그러나 교육위에서 예결위로 상정된 행복교육지구와 행복마을학교 예산안은 예결위에서 모두 삭감됐다.
예결위는 회의에서 지난해 본예산 심사에서 삭감한 예산을 다시 추경에 올린 점을 두고 의회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또 행복교육이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이념·사상교육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치적 편향 지적에 더해 마을교사의 간첩활동설까지 주장하며 예산을 삭감했다.
일부에서는 도의회 전체 64석 중 60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진보 성향의 박종훈 교육감의 지지세를 견제하기 위해 행복교육지구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보수 텃밭인 지역에서 진보성향의 박 교육감이 당선된 데에는 경남도내 18개 시군 곳곳에 있는 행복마을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 경남도당 교육위원회에서는 예결위의 예산 삭감 전인 지난 21일 교육위의 전액 예산 삭감이 아닌 일부 예산 삭감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려다 취소한 바 있다.
◆박종훈 교육감, 도의회 비판에 갈등 고조
도의회와 도교육청의 갈등은 박 교육감이 도의회의 예산 삭감에 강한 유감을 표출하면서 불거졌다.
박 교육감은 예산이 삭감된 뒤 본회의장에서 “이번 추경안 심의를 보며 교육감 행보를 의회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8년간 확대된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의회 반대로 종료되기에 이른 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26일 도교육청에서 열린 직원회의에서도 “도의회가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아 갔다. 예산 삭감으로 방과 후 즐겁게 보내던 학생들이 길거리에 배회하게 생겼다”고 지적했으며, 지난 2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의회가 비교육적인 결정을 내렸다”면서 도의회를 연일 비판했다.
더욱이 도교육청은 마을교사 채용 문제가 불거지자 중립성을 강조하며 지난 2월 선발 기준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특히 해당 내용을 보면 마을교사는 활동 중 정치적 종교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도 걸며 도의회 지적에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의회는 박 교육감이 본회의장에서 유감을 표시한 데 초점을 맞춰 대응 중이다. 서희봉 도의회 예결위원장은 “박 교육감이 본회의장에서 의회를 폄하하고 무시하는 발언을 해 도의회 전체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김진부 의장도 “오는 1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처리하겠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jz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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