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체성 모호해지는 임종룡 회장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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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우리은행이 '원금 상환 프로그램'이란 걸 발표했다.
밀린 연체 이자를 내면 그만큼 원금을 까준다는 게 골자다.
은행들의 걱정은 우리은행의 프로그램이 연체할 때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어서 그렇다.
우리은행의 원금 삭감이 정부의 기대를 자극하면 다른 은행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업계의 현실적인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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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지난 4일 우리은행이 '원금 상환 프로그램'이란 걸 발표했다. 밀린 연체 이자를 내면 그만큼 원금을 까준다는 게 골자다. 지원 한도와 횟수엔 제한이 없다. 돈이 좀 생겨 중도에 미리 갚으면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전액 상환하면 캐시백으로 사실상 현금을 얹어준다.
연체 채권 정상화를 위한 나름의 묘수다. 은행이 어떤 곳인가. 위험(Risk)을 먹고사는 대표 산업이다. 아마도 우리은행은 엄청난 양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것이다. 손익분기점도 분명히 가늠했을 것이다. 최소한, 손해만 나지 않으면서 '상생(相生)'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은행이 그동안 까먹은 신뢰를 고려하면 더욱 간절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쟁 은행들은 유독 근래에 사건 사고가 잦았던 우리은행의 처지를 알면서도 마냥 곱게만 보진 않는다. 신뢰, 신용의 상징인 은행업에서 금융 시스템의 훼손 가능성을 걱정해서다. 비제도권 금융 부문에선 그런 시스템이 더러 있다. 우리나라에도 주빌리은행이라는 곳이 있다. 이 은행에서 상임이사를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한 분은 당시 집권당의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은행들의 걱정은 우리은행의 프로그램이 연체할 때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어서 그렇다. 제때 이자를 낸 고객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조금이라도 갚아야 할 원금을 줄이고 이자를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일부러 연체한 뒤 혜택을 쫓는다는 상상이 과도할까. 흔히 말하는 역선택이며 도덕적 해이다.
"그럼 누가 약속한 제때 이자를 내겠어요?" 이 한마디가 신뢰와 신용의 상징인 제도권 은행이 조장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얘기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민을 지원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제도 금융이 제대로 커버하기 어려운 사항은 비제도적 방식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나라 전체의 시스템이다.
서민 금융지원을 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이 그런 곳이고, 비제도권에선 주빌리은행도 그런 측면에서 분명히 존재 이유가 있다.
은행들은 현재 우리은행의 '원금 삭감' 선언이 다른 은행으로 번지는 불쏘시개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우리카드가 발표한 2천2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발표에 "금융권 전반에 이러한 노력이 확산하기를 기대한다"며 상생 금융을 촉구했다. 지난 2월부터 이 원장이 금융회사를 방문할 때도 은행들은 주머니를 털어 수천억원의 '상생 보따리'를 내놨다.
은행들은 상생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금리 인하 경쟁까지 벌였다. 우대금리를 올리고 가산금리를 줄여 이자 이익을 일부 포기했다. 심지어 마이너스(-) 가산금리까지 등장했다.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의 원금 삭감이 정부의 기대를 자극하면 다른 은행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업계의 현실적인 푸념이다.
이런 불쏘시개는 금융위원장을 지낸 관료 출신 우리금융 회장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임 회장은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부류의 시각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당국 코드 맞추기' 최전선에 서 있다는 해석을 부인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은 공공기관에서 벗어난 상업은행 우리금융그룹 CEO 임종룡 회장의 정체성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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