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단돈 3억에 데려왔지?…'KKKKKKKKKKK+7이닝 1실점'인데 ERA 오르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왜 이제야 데려왔나 싶고, 어떻게 단돈 28만 달러(약 3억원)에 계약을 이끌었나 싶다. 두산 베어스 좌완 브랜든 와델(29)이 역대급 대체 외국인 선수 신화를 쓸 기세다.
브랜든은 6일 포항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98구 4피안타 2사사구 11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5-1 승리를 이끌었다. 브랜든은 올 시즌 첫 승이다. 지난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는데도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1패만 떠안고 있었는데, 이날은 타선이 넉넉히 5점이나 지원해 주면서 브랜든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브랜든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0.69에서 약간 오른 0.90이 됐다. 이제 3경기째긴 해도 보통 7이닝 1실점이면 평균자책점이 대폭 낮아져야 정상인데, 브랜든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최정상급 에이스들에게 종종 있는 일인데, 지금 브랜든이 그렇다.
두산이 브랜든과 처음 접촉한 건 지난해다. 부상으로 이탈했던 아리엘 미란다(34)의 대체자로 브랜든과 처음 계약했다. 당시 몸값은 23만 달러로 올해보다 5만 달러를 적게 받았다. 브랜든은 두산과 첫해 11경기에서 5승3패, 65이닝, 평균자책점 3.60으로 선방했으나 재계약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빼어난 제구력은 놓치기 아까웠지만, 풀타임 선발투수로 버티면서 이닝이터 임무까지 해낼 수 있을지는 물음표였다.
두산은 그래도 브랜든과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브랜든도 다시 한국에서 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두산 역시 대체 선수 리스트에 항상 1순위로 브랜든을 올려뒀다. 변수가 발생했을 때 언제든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둔 것. 올해 2선발로 기대했던 딜런 파일을 빠르게 방출하고 브랜든을 데려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관계 유지 덕분이었다.
브랜든은 올해 대만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와 계약하고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한국에서 스스로 느낀 부족한 점들을 채워 나갔다. 긴 이닝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은 물론, 각이 큰 슬라이더까지 새로운 무기로 장착했다. 지난해 한국 타자들과 승부하다 각 큰 슬라이더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껴서였다. 이렇게 변화와 진화를 시도했으니 상대팀은 브랜든의 과거 데이터가 있어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브랜든은 이날 개인 한 경기 최다인 탈삼진 11개를 잡으면서도 7이닝을 98구로 틀어막았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 투구 수 관리를 잘했다는 뜻이다. 98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무려 70개에 이르렀다. 몸쪽과 바깥쪽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니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1㎞까지 나왔고, 슬라이더(34개)와 커터(21개)를 적극 활용하면서 타자들을 압도해 나갔다.
브랜든은 경기 뒤 "선발투수는 마운드에서 가진 것을 모두 쏟아 팀이 이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6일) 그 임무를 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물론 개인적으로 복귀 첫 승을 한 것도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며 "결과를 떠나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삼진도 많았던 것 같다"고 투구를 되돌아봤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브랜든이 더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브랜든이 합류하기 전까지 선발도 불펜도 국내 투수들을 쥐어짜서 버티는 야구를 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브랜든이 든든히 한 자리를 버텨주면서 기본 6이닝 이상은 던져주니 이보다 고마울 수가 없다.
이 감독은 "브랜든이 7회까지 책임져주는 최고의 피칭을 했다. 제구, 구위 모두 완벽했다. 그동안 잘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는데 첫 승을 축하한다"고 이야기했다.
브랜든 영입 효과로 두산은 최근 5연승을 달리며 6위에서 3위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왔다. 전반기 5할 승률 회복만 바랐는데, 38승36패1무로 승패 마진을 +3까지 끌어올렸다. 두산은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 2강 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도록 계속해서 위를 보고 달려가려 한다.
브랜든은 "이제 막 시즌 절반을 지났다. 어떻게든 팀이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산으로선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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