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도, 백지화도 ‘일방통행’…“나랏일이 장난인가” 양평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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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뚫는 게 장난이야? 노선 변경 멋대로, 백지화도 멋대로. 읍내 가는 신작로를 놓을 때도 마을 사람들 의견은 묻는 법이잖아."
주민들 사이에선 '애초 양서면으로 가게 되는 노선이 갑자기 강상면으로 바뀌게 된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의견과 '변경된 노선에는 양평군 관내에 고속도로 나들목이 새로 만들어져 군민 입장에서는 더 나은 선택지'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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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뚫는 게 장난이야? 노선 변경 멋대로, 백지화도 멋대로. 읍내 가는 신작로를 놓을 때도 마을 사람들 의견은 묻는 법이잖아.”
6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의 한 식당 안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텔레비전 뉴스를 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뉴스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날 당정협의회를 연 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성도 “나랏일이 촌구석 행정보다 못하다”고 거들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다른 손님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김아무개(46·양평읍)씨는 “2008년부터 추진했던 고속도로 사업을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혹이 있으면 해명하고, 그래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으면 노선을 재검토해 다시 결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2008년부터 추진된 양평군민들의 숙원 사업이기 때문이다. 주말 나들이 차량으로 북새통인 6번 국도의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주민들은 새 고속도로를 만들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주민들의 분노는 정치권으로 향했다. 양평읍 주민 김아무개(45)씨는 “고속도로가 생기면 양평에서 송파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정치권 싸움 때문에 양평군민만 피해를 보게 돼 화딱지가 난다”고 했다. 양서면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70대 남성은 “동네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서로 자기 동네에 종점이 생기길 원했다. 느닷없이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꾸더니 오늘은 백지화한다고 하니, 정부 하는 일을 못 믿겠다”고 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애초 양서면으로 가게 되는 노선이 갑자기 강상면으로 바뀌게 된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의견과 ‘변경된 노선에는 양평군 관내에 고속도로 나들목이 새로 만들어져 군민 입장에서는 더 나은 선택지’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양평군청은 온종일 어수선했다. 양평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발표 전 중앙정부로부터 고속도로 계획 백지화 등 관련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통보받은 게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전진선 양평군수는 오후 5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백지화의 책임을 “특정 정당의 가짜뉴스 탓”으로 돌린 뒤 “사업의 전면 중단을 철회해달라”고 국토부에 호소했다. 전 군수는 ‘원안이 나오기까지 15년의 검토 기간과 예타 절차가 있었는데, 대안 노선은 어떻게 8일 만에 만들었느냐’는 기자 물음에 “과거부터 주민 의견 등이 있어서 검토됐던 것으로 안다”고만 답했다.
이날 변경 노선의 종점인 강상면 병산리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2년 전 예타를 통과한 노선이 지난 5월 갑자기 변경됐고, 병산리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단군 이래 최악의 이권 카르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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