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기둥 흔들, 청년도 외면하는 민주당 [진보, 민주당을 말하다]
편집자주
민주당은 지금 총체적 위기다. 진보정당 특유의 강점은 사라지고, 무능과 무책임 도덕불감 강성팬덤의 중병에 빠졌다는 평가다. '민주당, 무엇이 문제인지' 진보인사 4인의 진단과 해법을 연재한다.
<4> 청년정신과 민주당
제 식구 감싸기에 약자 행세,
극렬 지지층 '수박 깨기'까지
혁신 늦을수록 떠나는 청년
지각변동이 시작되었어도 벌써 시작되었어야 했다. 과거부터 최근까지 민주당은 몇 번이나 위기를 겪었다.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소속 의원의 코인 거래 논란과 이재명 대표와 소속 의원들 관련 사법 문제에서 비롯된 불체포특권 논란까지. 사안 하나하나가 지니는 파급력과 국민들로부터 받았던 비판을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다 치명적이었던 일들이다. 그럼에도 당은 구체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외려 위기 관리와 위기 대응에 실패하며 뒤늦은 대응을 보여주거나 국민 정서를 거스르는 과도한 엄호를 보여주며 국민들의 실망감을 키웠을 뿐이다.
민주당을 튼튼하게 받치고 있던 몇 개의 기둥이 있다면 ①인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지향점, ②다양성과 당내 민주주의, ③윤리규범과 도덕성, ④서민과 약자를 위한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둥들이 흔들리고 있다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문제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첫째, 온정주의에서 비롯된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 부당한 검찰의 수사와 전임 정부를 향한 과도한 흠집 내기에 다같이 맞서 싸워야 한다는 데에는 당연히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수준이 심각하고 국민적 반감이 심한 사안에도 당의 권력과 자원이 동원되는 모습은 부적절하다. 국민이 민주당에 부여한 권력의 오용이자 민주당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일 수 있다. 특히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관련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탈당한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가히 충격이었다. 당이 쇄신 의원총회까지 열며 겉으로는 당의 혁신과 변화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변화와 개혁이 아닌 현상유지에 머무르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현실이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응하는 방법은 그들을 비판하면서도 우리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국민을 설득해나가는 방향이어야 한다.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비판하면서도, 정치인들이 특권을 쓰는 것 역시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국민의 시각이다. 혁신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란 말이 있듯, 지연되는 혁신은 결국 진정성을 의심받으며 '총선용 혁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제안을 전격 수용해 당의 진정한 쇄신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둘째, 민주당이 스스로를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탄압받는 약자'로 정체성을 갖기 시작하며 국민의 시선과 괴리가 생겼다. 하지만 우리는 소수가 아니다. 약자도 아니다. 국민들 눈에 민주당은 명실상부 제1야당이고,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는 거대 야당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검찰의 부당함을 강조하는 만큼이나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민생이슈에도 더욱 공격적으로 임하며 국민과 더 많이 호흡해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에 불리한 이슈든, 유리한 이슈든 객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고 빠르고, 정확하고, 겸허하게 대응해야 한다. 당내 비공식적으로라도 레드팀을 꾸리기를 제안한다. 혁신위가 당의 근본적, 내용적 혁신을 이끄는 것과 별개로 레드팀은 현안과 여론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전략적으로 대응 방향을 세우도록 당대표에 제안해야 한다. 지금 당대표 곁에 거침없이 쓴소리하는 참모가 얼마나 있는가 의문이다. 일례로 돈봉투 사건의 자체 진상조사가 뒤늦게 결정된 점이나 지금은 무소속인 김남국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가 뒤늦게 이뤄진 것도 여당의 총공세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반박자 늦은 아쉬운 대응이었다.
셋째, 당내 다양한 토론과 자유로운 의사 표시 환경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당이 가져왔던 가치는 다양성, 포용성이었다. 민주당이 상식적이고 국민 보편의 가치와 정서를 공유하는 대중정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점차 당내 배타성, 폐쇄성이 강화되는 흐름이 포착된다. 이견을 내는 것이 건설적 토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축출의 대상이 된다. 일부 극렬 지지층으로부터 '수박 깨기' 퍼포먼스가 시행되고 '공천 탈락 명단, 살생부'가 돌아다니며 일부는 전화, 문자폭탄을 받는다. 일부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그를 활용하는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며 당의 민주적 공론장은 기능을 잃어간다. 정치인들이 이를 숙명처럼 여기고 지나간다 하더라도, 문제는 당의 확장성이 줄어든다 점이다. 당의 배타성에 반감을 느끼는 중도, 무당층이 분명 존재하고 진입장벽이 높아지게 된다. '우리끼리만 좋은 정치'는 진보의 가치와도 정치의 지향과도 맞지 않다. 당내에서 건설적인 토론이 기탄 없이 이뤄질 수 있어야 민주당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우리 당은 과거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피와 땀을 흘렸던 정당 아닌가. 당내 민주주의 강화의 문제를 보다 주요한 의제로 당에서 다뤄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청년 유권자들을 위해 당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답은 늘 똑같다. 상식을 회복할 것, 윤리 규범을 회복할 것, 혁신에 진정성을 보일 것. 결국 청년 유권자들도 다른 유권자들과 똑같은 시민의 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태도가 전부고, 결국 본질은 얼마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하느냐에 정치의 신뢰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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