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된 군위 주민들 “도시처럼 활기 찾을 것”
5일 오후 대구 군위군 군위 공용버스터미널 맞은편 버스 정류장. 대구로 가는 급행 9번 버스를 기다리던 박미순(71)씨는 “며칠 전만 해도 값비싼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타야 했는데 이젠 시내버스 요금으로 대구까지 갈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지난 1일부로 대구시에 편입된 군위군이 기대감에 들떠있다. 경상북도 내 작은 군(郡)이 대도시에 편입돼 주민 생활의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민 차옥선(61)씨는 “젊은 사람 다 빠져나가 휑했던 군위가 이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고 했다.
군위군은 2020년 7월 의성군과 함께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을 받으면서 대구 편입이 성사됐다. 인구 2만명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빨리 소멸돼 가던 군위군으로선 위기의 돌파구였다.
대구 편입으로 군위 주민들이 가장 먼저 느낄 변화는 교육이다. 이달부터 군위군은 대구 시내 한 학군으로 편입되고, 대구교육청이 군위 학생들을 관리한다. 내년부터는 군위 중학생이 대구의 어느 고등학교든 자유롭게 진학할 수 있다.
군위 지역 기준 중위 소득(국민 가구 소득의 중위값) 80% 이하 가구의 중고생들은 내년부터 1인당 연간 20만원씩 교육 바우처 카드를 대구시에서 받는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군에서도 220억가량 교육발전기금을 준비해 각종 장학 혜택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다.
복지 여건도 확대된다. 대구시가 도입한 75세 이상 어르신 무임 교통 서비스는 이달부터 군위에도 적용됐다. 매년 한 살씩 대상 연령이 낮아져 2028년엔 70세 이상이면 버스와 도시 철도 요금이 전액 무료다. 장애인 등을 위한 나드리콜 차량도 기존 4대에서 14대로 늘어나고, 운영 시간도 연중무휴 24시간으로 바뀐다. 대구시민안전보험 혜택도 9종에서 18종으로 늘어난다.
이 밖에 대구의 오페라하우스, 문화예술회관, 월드컵경기장, 삼성라이온즈파크 등 문화·스포츠 인프라와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 경북대·영남대 의료원 등 대형 병원 등도 군위 주민들에게는 접근이 한층 쉬워졌다.
‘편입 효과’를 기대하기는 대구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김효선(31)씨는 “관광 자원이 부족한 대구에 자연 환경이 좋고 관광지가 많은 군위가 들어왔으니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활용도가 높은 여유 부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대구는 종전 885㎢에서 1499㎢(약 4억5345만평)로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넓어졌다. 군위 땅 가운데 152㎢(약 4598만평)는 경사 10~15도 미만으로 개발이 쉬운 터다. 대구시는 향후 여기에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과 연계한 산업 단지 등을 조성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대구시는 군위의 청정 자연과 문화유산들이 대구의 관광산업에 한몫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 하반기 중 군위의 대표 관광지인 화본역, 민간 수목원인 사유원, 군위삼존석굴과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인 혜원의 집, 삼국유사테마파크 등을 연계하는 테마 관광 코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대감을 실현하는 데는 무엇보다 교통 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현재 대구에서 군위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면 2시간~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대구시는 지난 1일부터 대구와 군위를 오가는 급행 버스 두 노선을 신설했지만 배차 간격이 1시간을 넘어 아직은 불편이 많다.
이에 대구시는 대구와 군위군을 가로막고 있는 팔공산을 뚫어 두 지역을 직통으로 연결할 팔공산 관통 고속도로(제2 팔공산 터널) 개설을 추진 중이다. 또 기존 중앙고속도로를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고 철도망·전철망을 확장 연결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군위군 대구 편입은 농촌 지역이었던 군위군에 미래의 활로를, 대구시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선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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