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불파 원더풀”…강진, 음식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1일 전남 강진군 병영면 삼인리 병영시장. 이날 오후 6시쯤 시장 중앙광장에 70여 원형 테이블이 놓였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방문객은 금방 200여 명으로 불어났다. 광장 작은 무대에서는 대학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이 흘러 나왔다.
주 메뉴는 병영(兵營)의 명물 ‘연탄 돼지불고기’와 이 마을에서 빚은 ‘하멜촌맥주’ ‘병영설성막걸리’. 불고기는 1인분에 9000원으로 싼 편이다. 야외 식당은 병영면 부녀회원 15명이 운영 중이다. 강진군이 지난 5월 26일 시작해 매주 금·토요일 선보인 ‘불금불파(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 풍경이다.
남도 한정식의 본향(本鄕) 강진군은 향토 음식으로 ‘도시 재생’을 노리고 있다. 강진군은 10년 전 인구 4만명이 무너진 이후 갈수록 줄어 현재 3만3000명까지 떨어졌다. 닷새 간격으로 장이 서는 병영시장은 이미 사람들 발길이 끊겼다. 이런 위기를 음식으로 극복해보자고 나선 것이다.
강진은 조선 500년 ‘육군총사령부’ 병영성(兵營城)이 있던 고장이다. 병영성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조선 서남부 지역 최대 상업 지역이었다. 해상 무역과 상업이 번성하면서 유동 인구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먹거리가 발달했다. 다산 정약용이 18년을 지낸 유배지답게 양반 음식 문화도 뿌리를 내렸다. 지형이 반도라서 바다와 갯벌, 강, 산, 들에서 나는 질 좋고 싱싱한 식재료가 풍부했다. 예부터 “강진은 남도 한정식의 진수를 선보인다”고 했다.
병영시장의 ‘불금불파’는 도시 재생의 불씨를 댕겼다. 강진군은 10억원을 들여 쇠락해버린 40년 전통 병영시장을 확 뜯어고쳤다. 지난 1일까지 불고기 축제가 열린 11일 동안 8300여 명이 다녀갔다. 지난달 30일은 비로 취소됐다. 총방문객은 병영면 인구 1540명의 5배 이상이었다. 주민 소득도 늘었다. 주민 서선자(62)씨는 “연탄 불고기가 마을을 살리고 있다”며 “부녀회원들이 11일 동안 일해서 매출 5400만원을 올렸다”고 했다. 시장 안 분식점, 하멜촌커피 카페, 잡화점 등도 같은 기간 매출 6800만원을 거뒀다. 기존 연탄 불고기 식당들도 불금불파 덕에 매출이 20%가량 올랐다고 한다.
임정수 강진군 인구정책과장은 6일 “음식 하나로 죽어가는 시장과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는 ‘도시 재생’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불금불파는 7~8월 무더위를 피해 오는 9월부터 다시 시즌2를 시작할 예정이다.
강진군은 지역의 남쪽 끝 마량면에서 수산물에 성패를 걸었다. 군이 2015년 5월 침체한 마량항을 되살리기 위해 ‘마량(馬良) 놀토수산시장’을 개설했다. 매주 토요일 마량 앞바다에서 걷어 올린 수산물을 판매하는 수산시장이다. 지난 1일 기준 누적 방문객은 101만7000여 명에 달한다. 요즘도 하루 평균 2500여 명이 땅끝 수산시장을 찾고 있다. 수산시장이 붐비자 인근에 카페만 8곳이 생겼다. 횟집 20여 곳 중 매출이 억대로 늘어난 곳도 여럿이다. 소규모 숙박 업소와 공연장, 북카페, 어린이 수상 레저 시설 등도 들어섰다. 마을 전체가 관광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 4월 강진읍에 있는 오감통시장에서는 사찰 음식 체험관이자 음식점인 ‘도반’이 들어섰다. 지역에서 나는 제철 음식 재료를 이용해 사찰 음식 조리 방법을 배우는 체험관과 사찰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구분돼 있다. 식당에선 버섯탕수육과 고기 없는 잡채, 녹두전, 비빔밥 등을 판매한다. 사찰음식연구회 이사장을 맡은 홍승 스님이 강진군의 위탁을 받아 운영 중이다. 강진에는 다산이 유배 시절 인연을 맺은 백련사를 비롯해 금곡사와 무위사 등 유서 깊은 사찰이 곳곳에 있다.
강진군의 마지막 계획은 읍내에 강진의 모든 먹거리를 한데 모아 ‘음식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다. 군이 식당 공간을 제공하고, 운영자를 모아 국내 유명 요리사에게 조리법을 배우도록 할 계획이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강진에서는 향토 음식이 도시 재생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해안과 내륙, 산지를 통틀어 도시 재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여러 향토 음식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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