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70년 ‘금단의 구역’에 관통 도로 뚫렸다

김수언 기자 2023. 7. 7.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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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된 美 주둔지에 1㎞ 개통
지난해 2월 미군기지 재배치로 국방부에 반환된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캠프 레드클라우드(Camp Red Cloud)의 정문. 부대 안으로 난 2차로 도로가 지난 3일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이 도로가 뚫리는 데 70년이 걸렸다. /의정부시

6·25 전쟁 당시 유엔(UN)군 일원으로 참전한 미군 주둔지였던 경기 의정부시의 캠프 레드클라우드(Camp Red Cloud)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70여 년 만에 처음 뚫렸다. 의정부 주민들에게 이 부대는 ‘CRC’라고 불리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미군 재배치가 진행되면서 약 70년 만인 작년 2월 우리 정부로 공식 반환됐다. 의정부 요지에 자리 잡은 CRC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의정부시는 지난 3일 CRC를 관통하는 임시 도로 1㎞를 개통했다. 가능동에 있는 CRC 정문과 녹양동에 있는 후문을 왕복 2차로로 연결하는 폭 10m 도로다. 아직은 기지 내 건물이 거의 남아있고 환경오염 정화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부대는 담으로 막혀 있지만 부대를 가로지르는 이 도로의 개통은 의미는 각별하다. 의정부시는 앞서 지난 1일 시민 1500명을 초청해 사전 행사도 열였다.

시민들은 이날 후문에서 출발해 임시 도로를 따라 정문까지 1km를 걸어보기도 했다. 걷기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울타리 너머로 미군 제2사단장 집무실, 장교·사병 숙소, 극장, 식당 등을 볼 수 있었다. 손순희(48)씨는 “항상 궁금했던 곳인데, 이렇게 직접 보니 신기하다”며 “미군이 사용하던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돼 있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기대된다”고 했다. 이 행사에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윌리엄 테일러 미2사단장도 참석했다.

그래픽=이진영

의정부시 가능동 317번지 일원 83만6000㎡(25만2000평) 규모인 CRC는 6·25 전쟁 정전협정일인 1953년 7월 27일 설치됐다. 이곳은 그동안 주한 미군의 핵심 기지 역할을 했다. 미2사단 사령부, 미공군, 미 8군 지원부대, 제1지역 사령부 등이 주둔했다. 미2사단은 6·25 당시 미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증원된 부대다. 미군 가운데 6·25 전쟁에서 가장 많은 전투를 치렀고, 전체 주한 미군의 40%를 차지했다. 2019년 4월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CRC는 작년 2월 25일 국방부에 반환됐다.

의정부시는 우선 CRC 관통 도로 개설부터 나섰다. 국방부와 부지 사용 협의를 거쳐 지난 5월 착공해 6주 만에 완료했다. 이 도로는 앞으로 경기 양주시와도 연결될 예정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멀리 돌아가던 길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이 생기면서 시내 교통 흐름이 원활해지고 양주와의 연결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도로 개통으로 CRC 개발은 첫 단추를 채운 셈이다. 의정부시는 차근차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7월 새로 취임한 김동근 시장은 한미 동맹 유산을 상징하는 문화공원과 갤러리, 예술공방, 컨벤션 센터 등을 갖춘 ‘CRC 디자인 클러스터’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CRC 내 약 230여 동의 건축물은 한미 동맹의 노력과 역사적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최대한 원형을 살려 평화공원으로 조성하면 안보를 넘어 문화로 확장된 국제적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적 한계와 토양 오염 정화 등이 숙제다. 국방부는 현재 토양 오염 정밀 조사를 하고 있다. 오염 정도에 따라 정화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이 쉽지 않다. 또 의정부시가 국방부로부터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의정부시는 토지 매입 비용만 현재 가치로 7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정부시의 올해 본예산 규모가 1조4700억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이 때문에 의정부시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처럼 정부 차원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용산기지의 경우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사업비 1조5000억원과 10조원에 달하는 부지를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했다”며 “경기 북부가 국가 안보를 위해 오랜 시간 희생을 치렀던 만큼 반환 미군기지가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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