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해명에도, 野 ‘기승전 김건희’…정부 ‘대안 없다’ 고속도 백지화

박국희 기자 2023. 7. 7.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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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道’ 논란과 실체
6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일대의 모습. 사진 왼쪽의 산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 중인 땅으로 알려졌다. 산 옆으로 난 고속도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중부내륙고속와 합류하는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었다./고운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의 핵심은 정부가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 일대로 기존에 계획했던 고속도로 노선의 종점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주민 동의도 없이 사업 타당성이 더 적은 노선으로 계획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고려해 노선 변경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을 뿐 확정 단계가 아니었고 김 여사 토지는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이다. 결국 민주당의 계속된 의혹 제기에 정부·여당은 “어떤 설명을 해도 김 여사를 걸고 넘어지며 악마화하는 선동만 할 것”이라고 판단해 6일 고속도로 계획 백지화를 발표했다.

◇김 여사 때문에 지역 주민 모르게 노선 변경?

2017년부터 건설 계획이 추진되던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21년 5월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2022년 2월 고속도로 건설 계획 발표 때까지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했다. 그런데 2023년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 발표와 함께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가까이 있는 강상면 일대로 바뀌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관계 기관 및 주민과의 협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과 국토교통부는 “황당한 주장”이란 입장이다. 애초 대안 노선을 제시한 것은 양평군이었다는 것이다. 당정은 6일 협의를 갖고 “양평군이 작년 7월 세 개의 대안 노선을 국토부에 건의했고 국토부가 해당 노선들의 환경성, 교통 수요, 경제성에 대한 종합 검토 끝에 최적의 대안 노선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안 노선에 대한 주민 설명회도 7월 5일 계획하고 있었지만 민주당의 의혹 제기로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대안 노선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 의견 수렴 절차 단계였다는 설명이다.

6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일대의 모습. 사진 정면의 산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 중인 땅으로 알려졌다. 산 아래 좌우로 뻗은 고속도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중부내륙고속와 합류하는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사진상으로는 선산 좌측이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지어질 곳이었다. /사진=고운호 기자, 그래픽=김하경

◇예타 이후 노선 변경 불가능?

민주당은 예타 단계에서 계획된 고속도로 종점(양서면)이 변경(강상면)된 사례는 없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2010년 이후 고속도로 시점·종점 구간이 최종적으로 변경된 경우가 8건 중 4건에 달했다”며 “환경성, 경제성, 주민 의견 등을 고려해 예타 노선을 조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항”이라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안 노선은 한강을 한 번 건너면 되지만 기존 노선은 한강을 두 번 가로질러야 되기 때문에 철새 도래지 등에 대한 환경 훼손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노선 변경으로 예산 1000억 급증?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토지 일대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사업비가 1000억원 급증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예산 증가액은 총 사업비의 0.8%(140억원) 증가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또 “변경된 노선으로는 교통 정체 해소라는 애초 도로 건설의 효과가 없다”고 했다. 국토부는 “예타를 통과한 기존 노선(양서면)의 하루 예측 교통량이 1만5800대였지만 대안 노선(강상면)은 2만2300대로 6500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여사 토지 가격 상승?

민주당은 또 고속도로 종점이 기존 계획 노선에서 바뀌면 일대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 가격 상승의 특혜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토위 간사인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대안의 종점은 고속도로 진·출입이 불가능한 분기점(JCT)에 불과해 지가 상승에 영향이 별로 없고 오히려 소음이나 매연 등으로 토지 이용에 제약이 발생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노선보다 대안 노선이 생기면 김 여사 일가 소유의 토지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 김 여사 일대 토지가 있던 강상면에서 서울을 가려면 88번 지방도를 타야 했지만, 국토부의 변경 노선대로 강상면에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분기점이 생기면 인근 ‘남양평IC’를 통해 자동차로 서울 송파구 등에선 빠르면 20여 분이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IC와 JCT

IC(Interchange·나들목)는 일반국도와 지방도 등을 고속도로와 연결하는 곳으로, 고속도로의 출입구 역할을 한다. 반면 JCT(Junction·분기점)는 고속도로와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역할만 하는 곳으로, 일반국도로 빠질 수 있는 출입구가 설치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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