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대형 개발 땐 교통·환경 평가 등 심의만 10개 받아야
절차 등 ‘그림자 규제’도 문제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부지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는 서울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는 데만 꼬박 1년 반이 걸렸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로 인한 주변 환경오염이나 일조량 변화 등을 심의하는 절차인데, 2017년 2월 시작해 이듬해 7월 끝났다. 조망권 침해 등 인근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서울시가 보완 요구를 거듭하는 바람에 여섯 번째 심의 만에 겨우 통과했다.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깐깐하게 심사하는 것은 좋지만, 담당자들이 책임지지 않으려 심사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개조 프로젝트의 걸림돌은 용적률이나 고도제한 같은 명시적 규제뿐이 아니다. 인허가 담당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바람에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명확한 실체는 없는데 상대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를 흔히 ‘그림자 규제(shadow regulation)’라고 부른다. 난개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각종 심의가 대표적이다.
서울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려면 인허가 과정에서 교통영향평가, 경관심의, 환경영향평가, 건축물안전영향평가 등 10개 안팎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사업 규모나 용도에 따라 교육영향평가, 지하안전영향평가, 군사보안심의 등 다른 심의가 추가되면 많게는 15~20개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사업자가 각각의 심의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공무원, 학자, 시민단체, 업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심의하는 구조다.
심의 숫자도 많지만, 더욱 힘든 점은 심의 과정이라고 한다. 심의위원 간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 대신 업체에 보완을 요구한다. 자료 제출과 보완 요구, 재심의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한 개발업체 대표는 “위원들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면 사업자가 모두를 설득할 중재안을 직접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가 예상되는 위원에게 로비를 하거나 컨설팅 용역 등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중복되거나 비슷한 심의는 통합하고, 명확한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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