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정도 안 된 도로 ‘김 여사’ 의혹 제기, 그렇다고 백지화한 정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고속도로 종점이 애초 계획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 근처로 바뀌었다며 민주당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아예 사업 자체를 다음 정부로 넘기겠다고 한 것이다. 원 장관은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다”고 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도로 공사에 특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나, 그렇다고 사업 자체를 백지화한 정부나 모두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애초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김 여사 일가가 땅을 소유한 강상면 인근으로 종점이 변경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양평군이 양서면 외에 강상면도 종점 후보지로 추가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었을 뿐, 노선 변경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노선을 변경해도 김 여사 일가 땅은 나들목(IC)이 아니라 분기점(JCT) 인근에 불과해 땅값에 영향이 없고, 오히려 소음·매연 때문에 토지 이용에 제약이 발생한다고 했다.
국토부 설명대로라면 민주당의 의혹 제기는 섣부르고 무책임하다. 예비타당성 조사 후에도 지역 주민 요청으로 노선이 변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IC와 달리 차량이 진입하거나 나갈 수 없는 JCT는 땅값 상승 요인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경로로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는 노선 변경을 시도했는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IC가 아닌 JCT인데 어떻게 특혜가 된다는 것인지에도 설명이 없다.
그렇다고 도로 건설 자체를 백지화한 정부 대처도 과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없다면 하던 대로 절차를 진행하면 되고, 특혜 의혹이 부담스럽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던 양서면을 종점으로 건설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 지역 일대는 주말 상습 정체 지역이다. 고속도로가 생기면 일대는 물론 서울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민주당은 김 여사 문제라면 닥치는 대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내년 총선 때까지는 이런 일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백지화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마구잡이 의혹 제기를 그만하고 정부는 구설이 없을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다시 추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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