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20년 과점체제 깬다… 제4 이통사 육성, 알뜰폰 지원
요금 경쟁시켜 통신비 인하 유도
정부가 20년 넘게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이어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의 과점을 깨기 위해 제4 이동통신 도입에 본격 나선다. 또 최근 대항마로 뜨고 있는 알뜰폰에 대한 통신 3사의 영향력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점유율 산정 방식도 바꿔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통신 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통신 3사) 독과점 체계에서 비롯된 카르텔적 상황으로 인해 통신 시장 내 경쟁이 약화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시장 경쟁 구조를 개선해 국민에게 그 편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 2002년부터 형성된 현 통신 3사 체제를 제4 이통 추진과 알뜰폰 육성을 통해 흔들고, 3사 과점으로 만들어진 요금 체계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요금 인하를 유도해 바꾸겠다는 것이다.
제4 이통은 과거 정부에서도 7차례에 걸쳐 도입을 추진했지만, 후보 기업들이 높은 투자 비용 등 진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선정에 실패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금융 지원과 인프라 구축 의무 완화 등 대대적 지원을 통해 이전보다 진입 문턱을 원활히 넘을 수 있게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 2월 “통신 시장 과점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통신 시장에 본격 개입하는 이유는 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가입 회선 기준) 상황이 고착화되면서 통신사 간 서비스와 요금 경쟁은 둔화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신 3사는 5G 요금제를 중간 데이터 구간이 없는 10GB(기가바이트) 이하 또는 100GB 이상으로만 내놨다가 5G 서비스 상용화 3년 만인 지난해에야 이를 보완했다. 이 기간동안 소비자들은 기형적인 요금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이 더 비싼 대용량 요금제에 가입해야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 통신비 지출은 지난 2020년 12만원에서 올 1분기 기준 13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올 1분기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2411억원으로 5분기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올 2월 말부터 외부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준비해왔다.
◇경쟁 구도 바꾼다... 외국 기업 참여도 유도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통신 3사로부터 회수한 5G 주파수 28GHz(기가헤르츠) 대역을 기반으로 제4 이통 사업자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 제4 이통 후보 기업 모집을 위한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낼 예정이다. 정부는 성공 가능성이 큰 제4 이통 후보군으로 쿠팡과 KB국민은행, 토스 앱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등을 꼽고, 이들과 사전 접촉해 참여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국 기업들의 제4 이통 사업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보다 과감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제4 이통 지원을 위해 5G 주파수 할당 대가도 통신 3사 때(2072억원)보다 낮게 산정하고, 통신 3사에 부과했던 기본 망 인프라 구축 의무(1사당 기지국 1만5000개 구축)도 완화해준다는 방침이다. 또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최대 4000억원 자금 융자를 지원하고, 주파수 할당 대가 납부 방식도 현재 ‘1년 차에 총액의 25% 납부’에서 10%로 고쳐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알뜰폰 키우기에도 나선다. 특히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의 시장 점유율 제한을 강화한다. 현재 법적으로 통신 3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알뜰폰 시장의 50%를 넘지 못하게 돼있지만, 집계할 때 차량용 IoT(사물인터넷) 회선 등이 함께 포함돼 점유율이 3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점유율 산정 방식을 바꿔 차량용 IoT 회선을 제외키로 하면서 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이 45%로 올라가게 됐다. 정부가 새로운 알뜰폰 업체의 성장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 통신 3사 자회사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또 지난해 9월 일몰된 통신 3사의 알뜰폰 업계에 대한 도매제공 의무제를 상설화해 알뜰폰 사업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설비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요금 구조에도 개입해 인하 유도
정부는 통신 3사의 요금 인하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4만원대부터 시작하는 5G 요금제를 3만원대로 낮출 수 있도록 최저 구간 요금 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전 정부에서도 요금 인하를 추진했지만 이번에 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자는 차원에서 한층 촘촘해진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통신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또 정부는 통신 3사가 연 2회 가입자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최적의 요금제를 안내토록 하는 고지 서비스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 휴대전화 구입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통신 3사 대리점에서 제공하는 추가 보조금 한도를 현재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선택권 확대를 위해 5G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제에도 가입이 가능하게 된다. 그동안 통신 3사 대리점에선 5G 스마트폰을 살 때 5G 요금제만 가입됐지만, 앞으론 이용자가 스마트폰에 상관없이 LTE 또는 5G 요금제 선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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