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의 담합… 시장 경제에선 불법이에요
기업이 연합해 가격-생산량 담합 땐
이윤 얻는 만큼 소비자는 피해 입어
‘카르텔’ 비판 받는 석유수출국기구… 원유 생산량 조정해 가격 높이기도
● 치열한 경쟁 끝에 소수만 생존
전 세계적 인기 드라마,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을 이야기 소재로 활용해 보겠습니다. 단 한 명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이라서 시작하자마자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황이 연출될 것 같지만 초반의 게임에서는 의외로 많은 협력 상황이 연출됩니다. 본인의 안전을 높일 요량으로 결성한 집단이 3, 4개 나타나기도 합니다. 절실하지 않은 몇몇 개인들은 홀로 있기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초반의 연합 상황은 이런 나 홀로 개인들에게는 그리 큰 위협이 되지도 않습니다. 각 연합 집단은 세 확장을 위해 나 홀로 개인들을 영입 대상으로 우선 생각하지 무턱대고 제거해야 할 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나 홀로 개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할 여지도 많아 보입니다. 그러다 게임이 여럿 진행되고 후반쯤 되면 살아남은 자가 몇 안 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바뀌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사생결단의 피할 수 없는 승부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순식간에 최종 승부! 단 한 명이 살아남습니다.
초반의 상황과 후반의 상황 간의 차이를 눈치채셨나요? 맞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피 말리는 싸움이라는 겁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한 사람이 가져갈 몫이 두 배가 되니 승부에 따라 얻게 되는 기대 이득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몇 명 남지 않는 후반이 되면 상대방의 행동이 더 잘 파악되니 전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이제 오징어게임이 아니라 시장 경제로 가보겠습니다. 시장 형성 초기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텃밭에서 기른 채소 몇 바구니 정도는 내다 팔 수 있다고 합시다. 이러한 소상인들이 그렇게 모여 길거리 시장이 형성되었다면 이곳에서는 사생결단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누가 시세보다 조금 싸게 판들 전체 시장 시세가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 그것이 다른 모든 상인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그런데 경쟁을 통한 약육강식 이합집산으로 대형마트 3개만 살아남게 되었다면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다른 마트가 어떤 상품을 싸게 파는지, 어떤 판촉 행사를 기획하는지 초미의 관심거리일 것이고 이에 대한 대응을 제때 하지 못하면 큰 손실을 넘어 마트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생산과 공급을 담당하는 소수의 대기업이 전체 시장을 장악하고 결승전과 같은 경쟁을 하는 시장을 ‘과점(寡占)’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기업 간의 경쟁 정도는 오징어게임의 최후의 3인 정도와 유사합니다. 과점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승자가 되면 그 기업은 독점 기업이 되고 독점 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됩니다. 아마도 그동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소비자에게 베풀었던 혜택들을 만회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과점 시장에서 승리의 열매가 단 만큼 패배의 아픔은 씁니다. 그 정도의 지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일군 성과인데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으니 과점 시장에서 대기업들은 상대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미국 메타 CEO의 주짓수 대결도 단순 농담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경쟁보다 담합으로 이윤 극대화
이때 사생결단식 과도한 출혈 경쟁보다 같이 살아보자는 의도로 할 수 있는 선택이 ‘담합’입니다. 가격이나 생산량을 정할 때 서로 의논하여 공동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담합이 성사되면 시장에서는 마치 독점 기업 하나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은 사라집니다. 소비자가 손실을 보는 만큼 담합을 한 기업은 독점적 초과 이윤을 얻게 됩니다.
담합이 기업 연합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을 ‘카르텔(cartel)’이라고 부릅니다. 기업은 독립성을 유지하지만 시장에서는 한 몸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기업처럼 보입니다. 카르텔 소속 기업의 제품 가격이 동일하거나 판매 지역을 분할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하나의 선택지만 보입니다.
카르텔은 국가 간에 맺어지기도 합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대표적입니다. 회원국의 석유 생산량을 할당하는 담합을 통해 유가 안정 또는 변동을 도모합니다. 오징어게임으로 돌아가 보면 최후의 3인이 남았을 때 “우리 이쯤 하고 3분의 1씩 공평하게 나눠 갖고 끝내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카르텔이 꽤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담합과 카르텔은 불법입니다. 시장 질서의 대원칙인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징어게임 초반의 연합도 카르텔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최후의 3인 정도는 그들이 전부이고 지분도 막대하니 그들의 합의는 카르텔이라 할 수 있지만, 초반의 수많은 사람 중 일부가 똘똘 뭉친다고 하여 전체 상금을 마음대로 분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야채 몇 바구니 파는 소상인 몇 명이 의기투합했다고 하여 카르텔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는 카르텔이 아니지만 위·촉·오의 조조, 유비, 손권이 하면 카르텔입니다.
뭉쳤을 때 카르텔이 될 수 있는 거대 기업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부릅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막강한 힘을 마음대로 사용하게 두면 결국은 소비자가 높은 가격에 물건을 사야 하는 등 피해를 보기 때문에 국가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떤 기업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를 조사하여 선정하고, 제품값을 마음대로 올려받거나 제품의 출고를 조절하는 행위, 새로 시장에 참여하려는 기업을 방해하는 행위, 기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을 철저히 금지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카르텔 |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의 제한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 생산량, 판로 따위에 대하여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하는 독점 형태 또는 그 협정. |
이철욱 광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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