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4] 하늘이 내게로 온다
명동이 다시 북적인다. 팬데믹 동안엔 텅 빈 거리가 낯선 충격이더니 다시 관광객으로 가득한 거리를 보니 반갑고도 그새 또 낯설다. 도시에서 오래 생활해 본 사람들은 높은 건물, 복잡한 교통, 북적이는 사람들 모습이 늘 한결같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저 멀리 보이는 작은 하늘도 매 순간 다른 빛이고, 차와 사람들로 꽉 막힌 도로도 깊은 밤이면 거짓말처럼 한적해진다. 도시를 가장 도시답게 하는 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다.
김지혜 작가는 변화무쌍한 도시를 좋아한다. 익숙해서 잘 안다는 건, 때론 작은 변화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예민한 것이고, 금세 사라질 순간에 주목하고 마음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시 공간(City Space)’ 연작은 작가가 좋아하는 도시의 특정 시간과 공간의 조합을 보여준다.
일요일 아침 카메라를 들고 산책에 나서면 만날 수 있는 번화가의 고요함,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 더 잘 보이는 건축물들이 퍼즐처럼 이어지는 도로 전면의 조형미, 잠에서 깨어나듯 점점 행인이 늘어나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의 활력 등등. 작가는 도시를 잘 아는 사람답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력적인 도시를 사진에 펼쳤다.
작가가 사용하는 방법은 지극히 사진적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모니터에 띄워 놓고 픽셀을 늘리고 색을 섞는 방법으로 변형하는데, 어느 부분을 선택해서 변형시킬 것인가에 따라 한 장의 사진으로 수백, 수천 장의 변형을 만들 수도 있다. 결국 최종 완성본은 작가가 무엇에 주목하고 어디에 마음을 담았느냐를 강조해서 보여준다.
이 작품은 명동을 산책하던 작가가 저 멀리 창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던 시간에서 시작되었다. 화면의 좌측 부분을 가득 채운 푸른 면은 원화 사진에서 고층의 창문에 비친 하늘과 구름을 크게 늘려 놓은 것이다. 유리창에 반사돼 아주 작지만 강렬하게 빛나던 푸른 빛을 픽셀이 깨져 보이도록 키웠더니, 평범한 길거리 풍경에선 상상도 못한 무한공간이 펼쳐졌다.
길을 걷다 언제든 발길을 멈추고 낯선 눈을 들어 하염없이 바라보는 도시여행자처럼, 나도 오늘은 내 방식대로 이 도시를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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