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학벌 타파 없이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원장 2023. 7.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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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한 번에 과분한 보상…의대 쏠림·SKY 선호 광풍
빈부 따른 학벌 격차 심화…佛·獨처럼 대학서열 깨야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원장

대학입시에 관한 논의가 분분하다. 대통령의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말이 신호탄이 되었다. 대학입시와 교육개혁이 본격적인 개혁 과제에 올랐다. 킬러문항이니, 교육 카르텔이니 하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과제들이 목표가 된 듯하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우리 교육이 정상적으로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교육기본법에는 교육의 목적을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현실을 생각하면 참으로 이상적이다. 우리 교육은 민주시민은커녕 경쟁 논리 속에서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합격을 위한 훈련장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의대 입학이라는 괴물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이 모든 비정상적인 현상은 한 번의 입시 결과로 평생 과분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정상적 학벌사회가 존속되는 한 킬러문항도, 사교육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변형되고 변질되어 좀비처럼 존속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바로 학벌사회의 해체다.

학벌 중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은 로스쿨 입시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매년 각 로스쿨의 입시 결과를 보면 정말 신기할 정도다. SKY 출신자들이 대부분의 로스쿨을 점령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2023년 신입생 총 151명 중 서울대 자교 합격자는 100명으로 전체의 66.2%이고, SKY 출신 비율은 85.5%이다. 연세대 로스쿨은 총 124명의 신입생 중 106명이 SKY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신입생의 85.5%이다. 고려대 로스쿨은 총 123명의 입학자 중 101명이 SKY 출신이니 이 역시 82.1%나 된다. 출신 대학만 본다면 로스쿨 역시 SKY를 나와야 SKY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결과는 공정한 것일까. SKY 출신들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월등한 실력과 자질을 지녔기 때문에 그 결과가 반영된 것일까. 과연 그럴까. 이것이 문제이다. 대입과 달리 정성평가 항목인 서류 평가점수가 각 로스쿨 입학의 주요 변수가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로스쿨 입시에서 출신 대학에 대한 평가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음에도 그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벌사회를 조장한다.

실제 학생들을 지도해 보면 학생의 능력은 출신대학과는 크게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역대학 출신자들이 부각되기도 한다. 그들은 단지 공부에 대한 각성이 조금 늦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SKY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누리는 영광스러운 대접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니 이를 악물고, 옆의 친구를 이겨야 하고, 옆집 애보다 일찍 수험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달콤한 영광이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12년간의 학교생활을 학부모와 학생들은 무한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사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열과 실망, 분노와 좌절이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지배한다.

또 다른 문제는 빈부 격차에 따라 학벌 격차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서울대 입학생의 70% 이상이 서울 강남 출신이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학벌 계급사회는 우리 청년들을 좌절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결국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한다. 과열 경쟁을 통한 승자독식 사회는 오만과 모멸의 사회 구조를 양성하게 된다. 김우창 교수는 “한국 사회가 ‘오만과 모멸의 구조’로 되어 있고, 이 살벌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턱없이 오만하고, 패자는 너무나 깊은 모멸감을 내면화하고 살아간다”고 간파했다.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 그 자체를 재단하는 야만적인 행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기성세대와 기득권층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개혁이 아닌 교육혁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참에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학벌 중심의 왜곡된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 프랑스는 68혁명을 거쳐 당시 최고의 대학이었던 소르본 대학을 없애고 국립대학을 평준화시켰다. 세계의 모범국으로 존경받는 독일은 대학입시, 대학 서열, 등록금 자체가 없다. 학벌 없는 이들 나라가 세계의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이다. 학벌 계급사회를 타파하고 교육개혁을 이루지 않는 한, 헬조선과 탈조선으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울분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이 정부가 교육개혁을 원한다면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잘못된 문제를 너무도 당연시하면서 살아온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청년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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