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尹 지지율 저공비행… 기자회견 자주 해 국민 마음 사라
핵심 수단이 언론 활동, 그걸 안 해 지지율 30%대
미국 대통령들은 1년에 20여번 공식 기자회견
尹, 취임 100일 때 한 번… ‘도어스테핑’도 중단
국민 앞에서 진심 보인다면 야당 선동 힘 잃을 것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년 동안의 국민 지지도, 그것은 여섯 분의 전임 대통령들의 그것과 어떻게 비교될까? 우선 그 여섯 분은 어땠는가?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소위 ‘고공 행진형’이다. YS, DJ 그리고 문재인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셋 모두 취임 초기 70~80%대를 오르내린 후 60% 전후를 유지하면서 첫해를 마감했다. 다음으로는 소위 ‘무난형’으로 박근혜가 바로 그다. 취임 초부터 시작해 1년 내내 50%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분, 노무현과 이명박은 ‘고군분투형’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60%대로 그럴 듯하게 출범했던 노무현은 뜻밖에 닥친 여당의 내부 분열 사태로 인해 22%라는 낮은 지지도로 첫해를 마감했다. 이명박 역시 출발은 50%대로 무난했으나 그 악명 높은 ‘광우병 파동’으로 20%대까지 추락했다가 겨우 30% 초반 수준으로 첫해를 마감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형일까? 단연 ‘고군분투형’이다. 임기 시작은 50%대 초반으로 박근혜 수준이었으나 추락을 거듭하여 24%까지 내려갔다가 간신히 30% 중반 정도로 첫해를 마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같은 ‘고군분투형’인 노무현, 이명박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윤 대통령에게는 그들이 임기 초에 각각 당한 것과 같은 그런 거대한 파고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윤 정권에 맞서고 있는 야당은 온갖 범죄 혐의 등으로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 외교 분야 등 다양한 행정 영역에서 성과도 눈에 상당히 보인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현재 그 ‘고군분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미스터리이다.
도대체 왜일까?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한 것 같다. 첫째는 윤 정권을 둘러싼 사상 유례 없는 특별한 ‘언론 환경’이다. ‘KBS 사장 몰아 내기 작전’이 상징하는 문재인 정권 하의 ‘언론 공작’이 결과적으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바로 ‘주요 언론 경영진 진보화’ 작전이었다. ‘진보 언론 카르텔’이라고까지 불리는 그 언론 집단이 윤 정권 취임 후 일치 단결하여 윤 정권에 지속적이고 과감한 공격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신생 보수 정권이 국민 지지도를 높여 나간다는 것은 사실 원초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윤 정권에 대한 낮은 지지도를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또 하나의 중대한 요인이 있다. 바로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의 문제이다. 대통령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행정’과 ‘통치’이다. ‘행정’이 각 부처를 통할하는 일이라면, ‘통치’란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어느 활동이 더 중요한가? 단연코 후자이다. 왜? 후자에 실패하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선거에서 패배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 선거의 실패는 ‘정권 실패’의 상징이다. 이 ‘통치’, 즉 ‘국민의 마음’을 사기 위한 핵심 수단 내지 무기가 무엇인가? 바로 대통령의 대언론 활동이다. 이것의 중요성은 필설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대통령제의 원조 국가인 미국 대통령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자명해진다.
미국 대통령들은 평균 2주에 한 번씩 정식 기자회견을 한다. 전국에 생방송되는 약 20여 분의 이 회견은 ‘통치 행위’의 최대 무기이다. 이 대화의 장에서 그는 자신의 꿈, 고뇌는 물론 격려와 위로, 죄송함, 당부 등을 다 솔직하게 국민에게 전한다. 물론 드물지 않게 야당에게 한방씩 먹인다. 야당의 비난과 야유, 조롱들을 점잖게 그러나 통쾌하게 ‘묵사발’ 내어 버리는 것이다. 바로 대통령의 이 파워 때문에 미국의 야당은 절대 함부로 ‘까불지’ 못한다. 대통령의 이 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생각에 상당한 ‘균형’이 잡히게 된다. 참으로 중차대한 업무일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윤 정권의 첫 1년간을 보자. 그는 미국 대통령들과 너무나 다르다. 미국 대통령이 일년에 20~30번씩 하는 공식 기자회견을 윤 대통령은 첫 1년 동안 취임 100일때 딱 한 번 했다. 그것 외에 그가 주로 했던 것은 소위 ‘도어스테핑’이란 것이었다. 불과 1~2분 안에 끝나는 거의 ‘단답’에 준하는 문답이었다. 음식으로 치자면 ‘디저트’ 같은 것이다. 비유하자면, 식당의 건물은 웅장한데, 메뉴판에는 디저트 한 가지만 달랑 있는 그런 형국이었던 것이다. 고객의 불평이 터져 나오자 그 식당 주인은 아예 식당 문 자체를 닫아 버렸다. 대신, 여당 리더나 각료들로 하여금 언론 대응을 하게 했다.
그것은 어떤 현상을 초래했는가? 한마디로 지금 이 나라 정치판은 야당에게는 일종의 ‘정쟁 천국’이다. 아무리 마음대로 정권을 잔인하게 씹고, 쥐어박아도 반박은 기껏해야 20초 안에 끝나는 여당 당직자의 말이 전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야당은 당연히 겁이 없어진다. 온갖 유언비어, 왜곡과 날조를 자행하게 된다. 자연히 그런 유의 거짓, 왜곡들이 이 나라 정치의 필수 부분이 되어가는 것이다. 만약 우리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같이 한두 달에 한번씩이라도 국민 앞에 나서서, 그 야당 정치인들의 왜곡, 부정확, 과장 등을 분명히 지적해 주면서, 대통령 자신의 진의와 희망, 애로 등을 진심으로 피력해 준다면, 국민 전체의 호응도가 적어도 지금 이 수준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이 윤 대통령의 첫 1년을 단적으로 묘사하는 말은 “행정은 있지만 통치는 없었다”이다. 이 말은 이런 상황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통치가 미흡한 정권에 거의 항상 닥치는 불운이 무엇인가? 거의 예외 없이 다음 선거의 패배이다. 요즘 다수의 여론 조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보수에는 참혹한 소식이다.
윤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가 ‘성공’한다는 것은 문재인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진 이 나라의 ‘정의 인프라’가 복원되어 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실패한다는 것은 문재인 시대, 즉 ‘불의가 상식인 나라’로의 회귀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참 대단한 갈림길이다.
대통령의 본원적 사명은 ‘정치’이다. ‘행정’이 아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또 언제라도 항상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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