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해협서 美유조선 나포 시도… ‘중동 화약고’ 긴장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2023. 7.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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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군함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미국 유조선에 대한 나포를 시도하고 총격까지 가했다.

미 해군이 긴급 출동해 나포를 저지했지만 이란은 "미 유조선이 먼저 이란 선박을 들이받았고 구호 조치도 없이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이란 군함은 앞서 약 3시간 전에도 역시 오만해를 지나던 남태평양 마셜제도 국적 유조선의 나포를 시도하려다가 역시 미 해군으로부터 저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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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군함, 수차례 총격 가해
美구축함 긴급출동하자 물러나
세계 원유수송 35% 호르무즈 통과
2019년 전쟁직전 상황 재연 우려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군함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미국 유조선에 대한 나포를 시도하고 총격까지 가했다. 미 해군이 긴급 출동해 나포를 저지했지만 이란은 “미 유조선이 먼저 이란 선박을 들이받았고 구호 조치도 없이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미중 패권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잠시 가려졌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세계 원유 운송의 약 35%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은 중동산 원유를 한국 등 아시아로 들여오는 핵심 통로다. 이곳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원유 수급, 국제 유가 변동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사이에 두고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2019년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 美 vs 이란 진실 공방

중동을 관할하는 미 해군 5함대는 5일 미 대형 정유사 셰브론이 소유한 ‘리치먼드 보이저’호가 이날 새벽 호르무즈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해 인근을 지나던 중 이란 해군 함정의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 군함이 보이저호를 멈추도록 압박하는 과정에서 군함에 탑승했던 이란 군인들은 보이저호에 소형 화기를 포함해 여러 무기를 수차례 발사했다. 미 해군 구축함 ‘USS 맥폴’함이 급히 현장에 도착해 보이저호를 엄호하자 이란 군함이 퇴각했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이 공개한 영상에는 보이저호를 향해 접근하는 이란 군함, 이란 측 총격으로 보이저호 인근에서 하얀 불꽃이 튀는 장면 등이 담겼다. 셰브론 측은 “인명 피해는 없고 유조선 또한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군함은 앞서 약 3시간 전에도 역시 오만해를 지나던 남태평양 마셜제도 국적 유조선의 나포를 시도하려다가 역시 미 해군으로부터 저지당했다.

이란은 6일 국영 IRIB방송을 통해 “미국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나포가 아니라 정당한 압류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보이저호가 먼저 이란 선박을 공격하는 바람에 해당 선박에서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법원으로부터 가해 선박에 대한 압류 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의 폭은 약 40km에 불과하며 일평균 14대 이상의 유조선이 지난다. 해로의 좁은 폭에 비해 선박 통행이 많아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이 이곳을 거친다.

● 2019년 전쟁 직전까지 치달아

이란은 그간 서방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이곳을 지나는 각국 유조선을 일종의 ‘인질’로 삼았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이 맺은 핵협상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에 이란은 2019년 5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 선박 4척을 나포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였다. 한 달 후에는 해협 인근을 지나던 미군 무인기(드론)까지 격추했다. 격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가 공격 직전 철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이란 요충지 세 곳에 대한 공습을 허가했으나 인명 피해가 150명에 달할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공습 10분 전 이를 중단시켰다”고 직접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1월 이라크를 찾은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을 바그다드공항에서 공개 사살하며 사실상의 보복에 나섰다.

미 해군에 따르면 2021년부터 이날까지 이란은 20척 넘는 국제 상선을 나포했다. 특히 2021년 1월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한국 선원 5명 등 총 20명을 억류했다. 당시엔 한국케미호의 환경 오염이 억류 이유라고 주장했지만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받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인 선장은 억류 95일 만에 풀려났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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