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도 “118만원 아이돌 운동화 사주세요”

최미송 기자 2023. 7.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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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미우미우' 운동화를 갖고 싶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118만 원짜리더라고요."

최근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국내 아이돌 그룹이 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케이팝 그룹 덕분에 제품을 홍보할 수 있고 케이팝 아이돌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그런 탓에 최근 앰배서더 임명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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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홍보대사 내세운 명품업계
또래 초중고생들 소비욕구 자극
부모들 “등골브레이커 품목 확산”
“소비행태에 부정적 영향” 지적
“딸이 ‘미우미우’ 운동화를 갖고 싶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118만 원짜리더라고요.”

경기 화성시에 사는 박지영 씨(38)는 최근 초등학생 딸(11)이 사달라고 한 신발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박 씨는 “몇만 원짜리인 줄 알았는데 어이가 없었다. 처음 듣는 브랜드라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었더니 한 걸그룹이 앰배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브랜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국내 아이돌 그룹이 늘고 있다. 그런데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초중고교생들의 명품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는 바람에 박 씨처럼 속앓이를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박 씨는 “딸이 명품을 사달라고 조르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주변에 물어보니 예전에는 롱패딩이 ‘등골브레이커’(부모 등골을 휘게 만들 정도로 돈을 많이 쓰게 하는 제품)였는데, 최근엔 옷과 신발을 가리지 않고 명품을 사달라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 앰배서더 급증하며 명품 소비 욕구 자극

최근 글로벌 명품업체들은 단순한 광고 모델을 넘어 브랜드를 상징하는 앰배서더로 케이팝 스타들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샤넬과 크리스챤디올은 ‘블랙핑크’의 제니와 지수를 앰배서더로 임명했으며, ‘방탄소년단(BTS)’ 제이홉과 송중기는 루이비통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혜인이 15세로 최연소 루이비통 앰배서더가 돼 화제가 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케이팝 그룹 덕분에 제품을 홍보할 수 있고 케이팝 아이돌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그런 탓에 최근 앰배서더 임명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트렌드가 청소년들의 명품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중고교생들은 “엔데믹 이후 야외 체험학습 등이 늘면서 교복 대신 사복을 입을 일이 많아졌는데 기왕이면 좋아하는 아이돌이 홍보대사로 있는 브랜드가 끌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중학생 김모 양(15)은 “또래끼리 아이돌 그룹 사진 등을 서로 많이 공유하다 보니 명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주말에 친구를 만날 땐 아이돌 그룹이 홍보하는 명품 브랜드 옷을 입은 친구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젊은층 소비 행태 부정적 영향”

최근 미국 CNN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앰배서더 활동을 언급하며 명품 브랜드가 왜 아이돌 그룹을 홍보대사로 쓰는지 분석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돌 그룹 멤버와 배우들을 앰배서더로 기용해 한국 젊은층의 소비 행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실제로 최근 유튜브 등에는 미성년자가 케이팝 그룹이 앰배서더로 있는 브랜드의 7000만 원에 이르는 명품들을 구입한 콘텐츠가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상당수가 같은 또래인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고 따라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왜곡된 소비 문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성년자 아이돌 그룹 멤버의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 활동을 보는 청소년들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며 “가정이나 학교에서 수준에 맞는 소비를 일상화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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