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않는 ‘H 프로젝트’… 현대차, 수소에 미래 건다

김아사 기자 2023. 7.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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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로 전력 생산까지 계획
울산 석유화학공업 단지에 있는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현대차의 수소차인 넥쏘의 연료전지를 활용해 연간 8000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한다. 183가구가 1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차

“전기차와 함께 수소 부문에서도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도약해야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 내 간부들에게 수소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청정 에너지인 수소의 가치를 고려할 때 앞으로 글로벌 시장 규모가 전기차 못지않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 혁신을 이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지난달 현대차가 ‘인베스터 데이’에서 수소를 핵심 사업으로 꼽으며 중·장기 전략을 내놓은 것도 정 회장 지시의 연장 선상이다.

이처럼 현대차가 다시 수소에 주목하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주시하고 있다. 전기차를 미래 핵심 먹거리로 판단한 벤츠·폴크스바겐·혼다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2020년부터 수소차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한 상황이다. 그러나 도요타, BMW,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여전히 수소차 개발에 나서고 있고 거대 글로벌 에너지 업체들도 수소연료전지 사업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탈탄소화를 진행하는 데 수소가 여전히 매력적인데다 관련 산업이 상용화될 경우 1000조 넘는 시장이 창출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전기차 전환의 기틀을 먼저 마련한 현대차가 수소를 전동화와 함께 투톱 사업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3~5년 수소 기술 진전이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수소차, 전력 생산·보관·유통까지 ‘생태계 구축’

현대차그룹의 수소 전략은 수소차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수소를 생산해 이를 자동차 제조 공정에 활용하고, 수소차 연료전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보관·거래하는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는 미국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태양광 발전, ESS(에너지 저장 장치), 전력망 사업을 함께 운영하면서 전기차를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저장 장치로 바라보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다.

현대차는 이미 수소차 넥쏘에 들어가는 수소 연료전지 모듈을 발전용으로 활용하는 연료전지 발전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울산 석유화학 단지에서 생산된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수소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연간 8000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2200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현대차는 이미 자동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외부 기기로 보낼 수 있는 기술(V2L)도 상용화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보다 성능은 높아지고, 가격은 절반인 차세대 수소 연료전지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수소차 전문가는 “수소차를 통해 전기를 만들고, 보관하고, 유통(송전)이 가능해지면 자동차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의 수소 사업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 발전의 한계와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를 고려한 것이다. 수소 연료전지 무게는 전기차 배터리의 2분의 1에 불과하고, 에너지 효율도 더 높다. 트럭·선박·비행기처럼 장거리 운행에 수소 연료전지가 더 유리한 것이다. 또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핵심 원자재인 리튬·니켈 등이 중국과 남미 등에 편중돼 있어 언제든지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비용·기술 장벽 넘어야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 비전 실현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수소차를 비롯해 수소 시장 규모가 커져야 한다. 충전 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수소 산업의 핵심인 수소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수소차가 가장 많이 팔린 곳은 한국인데, 수소차 충전기는 200기도 안 된다.

또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고, 수소 연료전지 성능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글로벌 수소 생산의 90% 이상이 천연가스에 고온·고압 수증기를 반응시켜 추출하는 ‘그레이 수소’다. 이 과정에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청정 에너지로 볼 수 없다.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들 수 있지만, 비용이 2배 더 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건너뛰고 전기차로 직행한 것처럼, 수소차 분야를 선점하는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라며 “차세대 수소 연료전지 개발 등 기술 성과를 이뤄내면 수소차 수요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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