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1] 체념과 순종의 문화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3. 7.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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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가고 오는 것의 중간 어디쯤에 중국인들의 심성은 잘 머문다. 그들은 흐름의 가운데에 서서 앞뒤 상황을 살피며 행동하는 데 능하다. 그래서 ‘가는 것을 보내고, 오는 것을 맞이하다(送往迎來)’는 식의 수사(修辭)가 발달했다. 이 말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순환 속에 서 있는 사람의 시선도 담는다. 새해 맞을 때 우리도 자주 쓰는 송구영신(送舊迎新)과 같은 맥락이다. 가는 것은 그대로 보내고, 오는 것 역시 그저 오는 대로 덤덤히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인들이 키운 대표적 처세훈(處世訓)이 있다. “어려운 시련이 닥쳐도 그냥 받아넘기다(逆來順受)”라는 말이다. 이 경우 중국의 인문은 강가를 자주 가리킨다. “동쪽으로 흐르는 강물에 다 버려라(付諸東流)”는 권유다. 일찍이 소개했듯 중국의 큰 하천은 대개 지형이 높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그 강물에 원한, 미움, 설움 등을 모두 버리자는 뜻이다. 제아무리 어렵더라도 그저 참고 견디자는 이런 식의 말은 중국인 특유의 체념적 인생관을 형성한다.

모욕을 참고 견딘다는 순종(順從)과 인욕(忍辱)의 태도가 그 뒤를 따른다. 제 뜻을 접고 욕됨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굴욕(屈辱)이라고도 한다. 아무리 욕되더라도 그저 살아남고자 한다는 뜻에서 투생(偸生)으로 적기도 한다. 중국 민간에 오래 뿌리 내린 이런 심리는 “남이 제 얼굴에 침을 뱉어도 말라 없어질 때까지 놔둔다(唾面自乾)”는 식의 기이한 인내 문화로도 이어진다. 남을 다스리는 치자(治者)가 볼 때 중국인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순한 군중이다.

압정(壓政)과 학정(虐政)에 시달리다 중국의 민간은 결국 반기(叛旗)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는 순종과 인욕에 참 익숙하다. 그렇게 말 잘 듣는 순민(順民) 13억명을 거느렸으니 영구 집권을 꿈꾸는 중국 공산당이 그리 이상치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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