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백악관 코카인과 마약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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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서관)에서 정체불명의 백색가루가 발견돼 한때 직원들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그래서 이번 일을 해프닝 정도로 여길 수도 있지만 한편에선 미국 내 마약 확산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미국 전역에선 이른바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펜타닐 패치 등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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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선 이른바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펜타닐은 헤로인의 최대 100배 독성을 지닌 초강력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다. 미국에서 불법 유통되는 오피오이드의 70%가량이 펜타닐이다.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환자나 수술 환자에게 주로 사용돼 오던 것이 2010년대부터 마약으로 오용돼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최근 미 정치권에서 펜타닐 원료의 주요 출처로 지목된 중국을 향해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아편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리처드 하스(72) 전 미 외교협회(CFR) 회장이 지난 1일 뉴욕타임스와의 퇴임 인터뷰에서 “세계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이라고 경고해 화제가 됐다. 하스 전 회장은 러시아나 중국, 기후변화나 전염병도 아닌 미국을 최대 위협으로 지목한 이유를 정치시스템 붕괴로 인한 미국의 내부 위협을 꼽았다. 마약 확산도 이런 내부 불안, 사회적 혼란 요인 중 하나일 게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지난 5일 발간한 ‘2022 마약류 범죄 백서’에는 국내 마약 문제의 심각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붙잡힌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4년 동안 45.8% 급증하며 역대 가장 많았다. 마약사범 10명 중 6명(59.8%)은 30대 이하 청년층이었고, 10대 마약 사범은 2018년의 4배가 넘는 481명이나 검거됐다. 펜타닐 패치 등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공교롭게도 미국처럼 우리도 정치가 혼돈 그 자체다. 하스 전 회장의 지적이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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