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미래] 대학 구조조정과 열린 노동시장

2023. 7. 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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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인 학력 차별 사회 철폐
노동시장 진입 당시 학력 아닌
평생학습 통해 자기 역량 쌓아
보다 좋은 곳 상향 길 열어놔야

교육부는 지난 5월 글로컬대학 사업의 1단계 예비지정 대학을 발표하였다. 108개의 신청 대학 중에 선정된 15개 예비지정 대학들은 글로컬대학으로 확정되면 5년 동안 100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2개 이상 대학의 통합을 전제로 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은 일부에서 우려하듯 지방대학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대학의 구조조정이 학령인구 감소가 급격히 현실화하자 큰 그림 없이 다소 돌발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 지형으로 보았을 때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계기로 대학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역적 비교우위가 있었던 수도권 대학들도 글로컬대학과의 경쟁으로 구조조정이 촉진될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 경제학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비수도권 중심으로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대학들, 대학졸업자 과다 공급, 대학졸업자 취업난, 학령인구 감소로 촉발된 대학 구조조정 등 일련의 흐름은 노동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시장에만 집중하는 우리나라 대학정책의 민낯을 보여준다.

대학을 나와야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현실에서 부모들은 자녀들을 대학에 보낼 수밖에 없는데, 학력에 대한 사회의 구조적인 차별을 없애는 대신에 대학 가는 길을 넓게 하여, 결과적으로 대학졸업자가 번듯한 일자리가 없어 취업 재수, 삼수를 하게 만들었다. 고졸자 10명 중 7명이 대학을 가니 중소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을 더 들여와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보다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지난 몇 십년간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 근절’이라는 (좌파 정부, 우파 정부를 가릴 것 없이) 정부의 정책에도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유명 사교육업체인 윤선생의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10명 중 6명 이상은 한 과목에 두 가지 이상의 사교육을 병행하는 소위 ‘멀티사교육’을 하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은 저소득층일수록 크다. 지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교육지출을 지난해 동기 대비 3.8% 증가했는데, 특히 소득 하위 20%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35% 이상 늘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수준이나 성인의 인적자본 감가상각률이 매우 가파르다. 국제학생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청소년의 읽기, 수학, 과학 영역에서의 학업성취도는 10위 이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25세에 성인의 역량이 정점에 도달하고, 연령 증가에 따른 역량 하락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제일 가파르다. 성인의 주당 학습시간은 20여개 비교대상국 중 5위 이내이나 학습전략 점수는 최하위권이다.

노동시장 진입 시기의 학력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 노동시장에서는 평생학습에 투자할 유인동기가 없다. 노동시장 진입 후에 학습하지 않아도 월급이 오르는, 일을 많이 하는데 노동생산성은 낮은 노동시장은 희망이 없다. 노동시장 진입 후에 평생학습으로 상향이동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의 기득권만이 보호되는 닫힌 노동시장을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이 대기업의 정규직으로 상향 이동할 수 있는 노동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저계급론’, ‘N포 세대’, ‘니트족’ 등 우리 사회를 보는 청소년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문재인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일본, 중국의 청소년은 재능과 노력을 개인의 성공요인으로 보는 반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부모의 재력과 인맥이 성공요인이라고 답하였다. 문재인정부에서 중단된 학력에 따른 구조적인 차별을 없애는 정책들이 윤석열정부에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학력 등을 채용 시에 보지 않는 공정채용만으로는 구조적인 학력차별을 시정할 수 없다. 노동시장 진입 당시 학력이 아니라 평생학습을 통해 학력과 무관하게 역량을 쌓고 평가를 받는 노동시장이 구축되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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