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은 이승엽 감독에게로…, '전반기 꼴찌 확정' 최악의 시나리오 다 겹쳤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약속의 땅'이라 불렸던 포항. 홈 팀 삼성 라이온즈를 차갑게 외면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시즌 첫 포항 3연전에서 스윕패로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6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8차전에서 1대5로 패했다. 이로써 삼성은 포항에서 열린 주중 3연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포항의 좋은 기운이 삼성 레전드 출신 두산 이승엽 감독에게로 넘어갔다.
삼성으로선 아쉬운 경기였다.
선발 최채흥이 3이닝 만에 3실점 하고 물러났다.
4회 부터 5명의 불펜진이 사력을 다해 추가 실점을 최소화 했지만 주포 오재일이 빠진 타선이 침묵했다.
두산 선발 브랜든 와델에게 7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내주며 1득점에 그쳤다. 정철원 박치국 등 불펜을 상대로 24구 만에 2이닝을 삭제당했다. 단 1점도 추격하지 못했다.
우려스러운 건 선수단 전체에 번지고 있는 패배의식이다. 최하위가 길어지면서 무거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신적으로 지고 들어가는 경기에서 승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럴 때일수록 더 파이팅 있게 붙어야 한다. 그래야 캄캄한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을 만날 수 있다.
이날 패배로 삼성은 전반기 최하위가 확정됐다. 9위 한화와 6.5게임 차. 남은 6경기 전승하고, 한화가 전패를 해도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후반기에도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 우승팀 KT 위즈와 함께 정규시즌 최고 승률을 기록한 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삼성은 올시즌에 앞서 많은 준비를 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도기 원년. 젊은 피가 전면에 등장하는 파란의 시즌을 꿈꿨다. FA 자격을 얻은 프랜차이즈 스타 김상수, 한화 출신 오선진과 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다. 마무리 캠프 부터 지옥훈련을 통해 부족한 경험을 훈련으로 메우고자 했다.
약점으로 지적된 불펜 불안은 최충연의 부활과 좌완 이승현의 성장을 통한 젊은 피로 해소하고자 했다. 오승환 우규민 등 베테랑 그룹과 조화를 꿈꿨다.
여기에 6월 상무에서 전역하는 최채흥 최지광이 합류하면 마운드 뎁스를 크게 강화해줄 거라 믿었다.
시즌 초부터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부상 릴레이는 최근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구자욱이 햄스트링에서 회복해 돌아오자 오재일이 햄스트링으로 이탈했다.
불펜 불안도 현실이 됐다. 기대했던 최충연은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채 1군에서 사라졌다. 설상가상 마무리 오승환도 부침을 겪고 있다. 부랴부랴 이원석과 신인지명권을 대가로 김태훈을 영입했지만 아직 필승조로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큰 기대를 했던 최채흥 최지광도 아직은 선발과 불펜에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내야까지 흔들렸다. 예비 FA 강한울을 믿고 이원석을 보냈는데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젊은 유망주 김영웅 공민규 등은 아직은 포텐을 터뜨리지 못했다.
설상가상 김지찬 마저 송구 불안 속에 1군에서 빠져 재조정 시간을 가지고 있다. 유일하게 여유 있는 포지션인 포수 김태군을 KIA에 보내고 류지혁을 영입한 이유다.
타선도 불펜만큼 심각하다. 타자 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면서도 팀 득점 최하위다.
타선과 불펜이 흔들리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선발진도 고전하고 있다. 승수쌓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레 지칠 수 밖에 없다.
예상할 수 있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쓰나미 처럼 한꺼번에 몰려온 모양새. 최하위가 길어질 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1승이 급한 다른 팀들의 집중 타깃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과연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비장의 반전 카드를 만들 수 있을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창단 42년 만에 10개 구단 중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최하위 불명예를 뒤집어 쓸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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