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증 : 기부의 다양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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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미술관 현대 미술부에서 일을 시작한 첫날, 수행한 업무가 아직도 생생하다.
미술관에 기부 의사를 밝힌 작품들의 소장품 심사 제안서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 나의 첫 임무였다.
제안서를 쓰고 서류 심사와 이사회의 심사를 통과한 후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기증 절차를 밟게 된다.
"왜 이 구사마 작품을 아이오와 미술관에 기부하지 않고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느냐"였는데, 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미술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운영자금이기 때문입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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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미술관 현대 미술부에서 일을 시작한 첫날, 수행한 업무가 아직도 생생하다. 미술관에 기부 의사를 밝힌 작품들의 소장품 심사 제안서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 나의 첫 임무였다. 그중 첫 제안서는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미술사에서 갖는 의의, 미술관 영구 소장품이 되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등을 요약했다. 제안서를 쓰고 서류 심사와 이사회의 심사를 통과한 후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기증 절차를 밟게 된다. 미술관에서는 그 미술관의 소장품 성격과 기준에 따라 매우 선별적으로 기증을 받는다.
‘세기의 기증’이라 불리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이건희 컬렉션’의 경우를 살펴보자. 삼성그룹 일가가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점은 국보 30점, 보물 82점을 포함해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재, 미술품 국가 기증 사례로 기록됐다.
미술사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매우 큰 가치를 지닌 컬렉션의 면모와 기증 전시 면에서 미술계에 전례 없는 여파를 불러일으켰다. 기증받은 기관의 소장품 격이 올라갔음은 물론이요, 이를 공개적으로 전시함으로써 많은 관람객들이 명작을 감상할 기회를 누리게 됐다. 그리고 문화재와 미술품 관련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부터 상속세가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일부를 문화재나 미술품 등으로 물납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올해 필립스 아시아 본사 신사옥 개관과 함께 진행된 3월 경매에서 구사마 야요이의 대표작 ‘호박’ 80호 작품이 열띤 경합 끝에 약 90억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캐런·로버트 덩컨 부부가 23년간 소장했던 작품으로 판매 수익금은 미국 아이오와주 클라린다 카네기 미술관에 기부돼 예술 및 청소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미술관 홍보를 하는 등 운영비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프리뷰 기간 동안 이 작품은 많은 컬렉터의 주목을 받았다.
“이 부부는 얼마나 자산이 많으면 이렇게 좋은 작품을 기부할까”, “23년 전에 구매가격은 얼마였을까”, “역시 미국인들은 세금 공제가 되니 기부가 활성화돼 있구나”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그중 한 컬렉터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왜 이 구사마 작품을 아이오와 미술관에 기부하지 않고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느냐”였는데, 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미술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운영자금이기 때문입니다”였다.
기증받을 기관의 필요에 따라 작품을 직접 기부할 수도 있고, 작품을 경매에 올린 뒤 판매 수익금을 기부할 수도 있다. ‘기프트(gift)’의 사전적 정의에는 선물이라는 뜻과 함께 기증이라는 뜻이 있다. 선물은 물론 주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나 받는 사람을 배려한 선물은 감동을 주고, 더욱 오래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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