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애들도 비웃을 어른들의 `후쿠시마` 물장난
서로 내로남불 내려놓고 초당적 협력해 '국민안전' 기준세워야
최근 2030세대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널리 쓰이는 도구는 MBTI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를 뜻하는 MBTI는 사람의 성격을 4개의 축으로 2가지 씩, 16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한다.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얼추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BTI 중 ENTP는 외향적이고 직관적이고, 감정보다 사고에 기반하고, 계획·목적보단 자율성·유동성을 높이 산다. 때문에 누군가를 설명할 때 ENTP라고 하면 상대방은 단 4글자로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기질이 있고, 당차고 소신 있는 성격의 이미지'로 상대방을 얼추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은 오래 만난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맞춰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첫 데이트를 해야 할 때, 각자 성향을 알고 있다면 미리 계획을 세워서 그대로 따를지 아니면 목적지만 정해놓고 가면서 생각할지 등을 정하기 쉽다. 과거 세대보다 사람 간 접촉이 적고 사람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요즘 세대가 타인과 상호작용 과정에서 덜 불편하기 위한, 혹은 배려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인 셈이다.
상호작용에 익숙하지 젊은 세대도 자신들의 도구를 활용해 대화에 나서는데, 대화·타협으로 통합을 끌어내는 능력에서 국내 최정상급이라고 자부하는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멈춰서 있다. 도돌이표나 다름없는 대화임을 알면서도 개선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2030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민주당은 F다. 인간관계와 가치판단을 우선한다. 민주당은 그간 윤석열 정부가 일본 편을 들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최근 그보다 훨씬 객관적인 국제기구인 IAEA가 과학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내놓자 이번엔 급기야 IAEA를 공격하고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불과 작년 9월까지 우리나라가 IAEA 이사회 의장국이었다. IAEA와 싸우는 나라는 과거 시리아, 이란, 북한밖에 없다"고 한 발언은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콕 짚은 대목이다. 논리와 사실판단이 결여된 논쟁으로 끌고 간다. 이 대표는 지난달 17일 민주당 인천시당이 인천 부평역에서 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에 참석해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물이라면 마실 수 있다'고 발언했던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를 겨냥해 "집권 여당이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하는 게 바로 국민을 우롱하고 괴담을 퍼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도 국제기구도 '공감해주는 발언'을 하지 않으면 저격의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T다. 논리와 사실판단을 앞세운다. 국민의힘은 최근 '과학'이 승리할 것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학과 무관하게 생겨날 수 있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괴담과 선동에 동조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비판한다. 과학적으로 검증됐어도 찜찜하다는 이유로 수돗물조차 마시지 않는 한국 정서와 거리가 있다. 특히 과거 국민의힘에서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이던 2020년 10월 '제주와 대한민국은 단 한 방울의 후쿠시마 오염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했고, 김기현 대표도 같은 달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염수가 1∼2년 정도 걸려 동해로 흘러들어 온다는 그린피스나 일본 가나자와대·후쿠시마대 등의 발표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대표는 오염처리수와 관련해 국제 소송과 가처분신청도 해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여야가 입장이 바뀐 것은 서로 내로남불이다.
T와 F가 공감하지 못하고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는 2030 세대가 소비하는 SNS 플랫폼에서도 흔한 밈(Meme)이다.
그렇다면 MBTI에서 F와 T는 서로 상극일까. MBTI의 한계 때문에 딱 떨어진 답을 내놓을 순 없지만 상대가 나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대화한다는 것을 안다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민주당은 과학적 발표를 존중하면서 국내 수산물 위험을 불식시킬 과학적 기준 마련 등 대안을 찾아보는 식이다. 이렇게 보면 2030세대 입장에선 자신들도 거리를 좁혀나갈 수 있는 문제를 5060이 주류인 정치인들이 왜 하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적 이해관계', '정무적 문제'라는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추가로 있다. 그러나 수개월째 장기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지친다. 심지어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갈 기세다. 물론 양당 모두 국민 건강을 앞세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누가 봐도 그보다는 각자 지지층 결집에만 더욱 관심이 많아 보인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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