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혁신위, 불체포특권 포기 압박…'원로 간담회' 요청
'오합지졸' '콩가루 집안' 당 향해 거친 비판 쏟아낸 혁신위
쇄신안 두고 "현안에 매몰돼 지협적" 비판 여전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혁신기구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6일 새 혁신위원 영입 이후 첫 회의를 열고 쇄신안에 대한 당의 미온적 태도를 '자성 의지 없음'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향후 '원로 간담회'를 비기(祕器)로 꺼내 드는 등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압박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혁신위의 쇄신안이 미시적이고 현안에만 매몰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혁신위는 이날 회의에서 김은경 위원장을 비롯해 혁신위원 대부분이 당을 향해 매서운 지적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기득권'이라는 단어를 2번 사용하며 혁신위가 내놓은 1호 쇄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받아들이지 않는 당의 행태를 '기득권의 저항과 반발'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출범 보름이 넘어갔지만 혁신위가 당 쇄신에 추진력이 없다'는 비판을 의식해 당을 향해 강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 그리고 당의 위기에 대해 절박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국민들이 무섭게 심판하기 전에 저희(혁신위)가 먼저 매를 들겠다. 혁신 과정에서 기득권의 저항과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라며 당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윤형중 혁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혁신위가 지금 검찰권의 행사가 정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제안을 내놓은 게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는 칼 든 검찰이나 (불체포특권)철갑을 두른 민주당이나 똑같아 보이기 때문이다"라며 국민 신뢰와 당 쇄신을 위해 첫번째 쇄신안이 지켜져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혁신위는 당내 의원들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당의 분열을 일삼는 행동과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며 현 상황을 '오합지졸'·'콩가루 집안'에 비유하기도 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본회의 도중 '일본 북해도 여행' 관련 문자를 주고받아 사과한 김영주 국회부의장, 분당(分黨) 관련 발언을 한 이상민 의원,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 등이 거론됐다.
김 위원장은 "일부 당 인사들은 탈당, 신당, 분당 등을 언급하며 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의원은 입법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본회의장에서 안이하고 이중적 태도 보여 구설에 오르는 일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서복경 혁신위원도 세 사람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과하는 데 며칠이나 걸릴 일이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김 부의장)", "옆집 불구경하는 것 아니지 않는가(이 의원)", "검찰과의 싸움은 법정애서 하라(송 전 대표)" 는 등 발언을 쏟아냈다.
혁신위는 향후 2차 쇄신안으로 면피성 '꼼수 탈당 방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이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송영길·이성만·윤관석), '거액 코인 보유 논란'(김남국) 등으로 관련 인사들이 '꼼수 탈당' 했다는 비판 여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인사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당내 징계를 우려해 절차가 시작되기 전 자신이 미리 '자진 탈당'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혁신위는 이번주 중으로 당 상임고문단과 비공개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혁신위가 원로들을 만나는 배경으로는 '선배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당내 존재감을 확대하고 자신들의 쇄신안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원로들은 현 지도부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해 왔기에 이재명 대표 체제 하의 혁신위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주지 않겠냐는 기대에서다.
앞서 상임고문단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지난 2월 당시 당 지도부와 만나 대표 중심 단일대오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해찬 고문은 "(검찰 수사는) 이 대표를 잡는 것도 목적이지만 그걸 계기로 민주당을 흔들어 깨려고 하는 게 더 (큰) 정치적 목적"이라고 발언했고, 이용득 고문은 "민주당에 반이재명이 어디 있나"라고 했다.
김원기·권노갑·문희상·이해찬·임채정·이용득·정세균·이낙연 등 당 원로들로 구성된 당 상임고문단은 혁신위를 만나 당 쇄신에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다만 최근 귀국한 이낙연 전 대표는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고문단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혁신위와 간담회를 하기로 한 것이 맞다. (다만 간담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지는 혁신위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혁신위의 행보를 두고 의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혁신위가 내놓는 쇄신안이 현안에 매몰돼 협소적이라는 지적이다.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는'이재명 체제 1년'에 대한 평가 없이 혁신위 논의가 계속되는 것 자체가'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여전하다.
조응천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위의 쇄신안에 대해 "접근 방법이 너무 미시적"이라며 "도덕성 상실, 당내 민주주의 문제, 팬덤의 문제 등 (민주당의) 기본적인 체질과 체력의 문제가 있는데 뾰루지 난 것만 보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혁신위가 처음 시작을 큰 틀에서부터 잡지 않고 지협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해 당 쇄신을 하겠다는 것부터 스스로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 전반적인 쇄신 이야기가 없이 부분적인 내용만 있지 않나"라며 "현안에만 매몰된 혁신안만이 나온다면 앞으로도 정당성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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