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터즈’의 환상적인 마술, 아니 미술 세계로[공연리뷰]
총 천연색의 미디어아트와 함께 춤, 음악, 그림이 한꺼번에 휘몰아친다. 무(無)에서 유(有)···. 페인터들의 손 끝을 통해 완성되어가는 라이브 드로잉을 온 몸으로 느끼다보면 마지막엔 어김없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한 편의 마술쇼다.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는 화려한 라이브 드로잉과 첨단 미디어 아트가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아트 퍼포먼스다.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 답게 배우들은 공연 내내 한 마디의 대사도 소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녀노소, 국적불문 소통엔 전혀 문제가 없다. 배우들은 “얍” “예~” 단 두 마디로 관객들을 총천연색 마술의 세계, 아니 미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4명의 배우(김용환, 허민석, 최태석, 윤진석)이 혼연일체가 되어 액션 페인팅, 더스트 드로잉, 스피드 드로잉, 마스터피스, 미디어 아트, 라이트 카방, 야광 드로인, 마블링 아트 등 다양한 기법의 그림들을 선보인다. 이 그림들의 시작은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느 상태에서 페인터즈의 빠르고 거침없는 손놀림과 춤사위에 혼을 쏙 빼앗긴 마지막 순간, 환상적인 선물을 내놓는다.
벌써 수 년 째 함께해 온 4명 배우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다. 검은 캔버스에 4명의 배우가 칼군무와 함께 각각의 화판에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한 사람이 그린 듯한 하나의 대형 그림이 완성된다.
대형 화판이 눈 깜짝할 사이 채워지는 것도 놀랍다. 흥겨운 사물놀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대형 한국화를 그려낸다. 순식간에 생동감 넘치는 거대 호랑이 그림이 완성돼 마치 화판 밖으로 뛰어나올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페인터즈’에서는 빛도 그림의 재료가 된다. 또 물과 기름이 분리되는 원리를 이용한 마블링에 착안해 그려낸 바닷속 풍경도 환상적이다.
배우들은 감각적인 어반댄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K-팝 아이돌 그룹과 같은 고난위도 안무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림과 어우러지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중간중간 관객 참여를 통해 공연에 유머와 위트를 뿌린 것도 인상적이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꺄르르”하는 웃음 소리의 주인공도 4~5살 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페인터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무대 위로 불려나가 함께 무대를 꾸며야 할지도 모르니 각오하면 좋겠다.
총천연색 즐거움이 가득한 ‘페인터즈’는 2010년 첫 공연을 시작해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9개국 133개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마쳤다. 지난해 3D입체영상과 배우 충원 등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한국에서는 서울(을지로, 서대문), 부산(김해) 등 총 3개의 전용관에서 365일 쉬지않고 공연이 펼쳐진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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