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메시의 희생양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세상은 그렇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지금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는 너무나 환한 빛을 내고 있다.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리오넬 메시가 합류하기 때문이다. 메시는 데이비드 베컴이 구단주로 있는 인터 마이애미로 합류한다.
MLS는 'GOAT(Greatest of all time)'의 입성에 열광하고 있다. 기대감도 크다. 메시의 합류로 MLS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메시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가히 따라올 자가 없다.
미식축구(NFL)·농구(NBA)·야구(MLB)·아이스하키(NHL) 등 4대 프로 스포츠가 점령한 나라에서 축구의 대혁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최선봉에 '메신'이 나선다.
하지만 모두가 메시를 환영하는 건 아니다. 메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메시의 거대한 빛에 가려진 그림자가 있다.
로돌포 피사로다. 그는 2020년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윙어, 멕시코 대표팀 출신이다.
그는 왜 그림자가 돼야 했을까.
메시로 인해 피사로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팀에서 나가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MLS는 '로컬룰'이 하나 있다. MLS는 샐러리캡을 시행 중이나, 3명의 지명선수에게는 연봉 제한을 없앨 수 있다. 2007년 시행된 이 규정. MLS가 더 많은 빅네임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기 위한 것이다.
메시를 영입하기 위해서, 메시의 연봉을 맞춰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명선수에 포함시켜야 하고, 지명선수 중 한 명이 빠져야 한다. 그 희생양이 피사로로 결정됐다.
피사로는 현재 인터 마이애미 최고 연봉자다. 최고 연봉자를 밀어내고, 또 다른 최고 연봉자를 모셔 오는 셈이다. 피사로의 연봉은 300만 달러(40억원). 메시의 연봉은 5000만 달러(654억원) 이상이다. 참, 그 차이가 잔인하다.
인터 마이애미는 피사로의 연봉 삭감 등을 고려하지 않고 방출을 추진하고 있다. 피사로의 퇴장을 당연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구단 관계자들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피사로의 방출을 언급했다.
피사로는 참다못해 인터 마이애미와 MLS의 이상한 로컬룰을 저격하기도 했다.
"나는 구단과 한 계약이 있다. 나는 내가 어떻게든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몰랐다. MLS의 이상한 규정이다. 이런 이상한 규정을 가진 세계 유일한 리그가 MLS라고 생각한다."
피사로의 분노가 이해된다.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팀에서 쫓겨나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GOAT'이 온다고 해도 무조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법은 있을 수 없다. 강요해서도, 허용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메시가 잘못한 건 아니다. 인터 마이애미와 MLS가 희생양 등장을 부추긴 것이다. 밝은 빛을 내세워 어두운 그림자를 숨기려는 속셈. 뒤에서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 그는 누가 치유를 해준단 말인가.
세상은 그렇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사람들은 밝은 빛에만 집중한다. 어두운 그림자를 굳이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빛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더욱 뜨거워지고, 그림자는 사람들의 외면 속에서 더욱 차가워진다.
밝음의 세기만큼 어둠의 농도도 짙어진다. 찬란하게 밝은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리오넬 메시, 로돌포 피사로.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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