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민주당 간판 걸어야”… 강득구 “웬만한 영향력으로는 쉽지 않아” [투데이 여의도 스케치]

최우석 2023. 7. 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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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말이다. 언론은 정치인의 입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누가, 왜 이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는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적잖이 공을 들인다. 하여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지향점이 보인다.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백지화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의혹의 핵심은 2년 전 예비 타당성 조사(여비 타당성)를 통과한 해당 노선이 지난 5월에 갑자기 변경됐고, 변경된 노선의 종점인 양평군 강상면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회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민주당은 진실이나 양평 구민들과 도로 이용자의 혜택에 관심 있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 공세 대상 건수 잡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당정 협의를 통해 그동안의 진행 평가와 이와 관련된 상황을 명확히 공유하고 다각도로 협의해서 이러한 민주당의 가짜뉴스로 있지도 않은 악마를 만들려는 시도를 국민이 심판하도록 강력한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사실을 얘기해도 민주당엔 소용이 없다. 가짜뉴스 괴담 선동으로 정치적으로 재미를 보려는 목적”이라며 “정부 의사결정권자로서 이 도로 대해선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어 “제 휘하에 업무보고를 받거나 지시받은 것이 있다면 장관직과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대신 의혹이 근거가 없고 무고라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리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도 이날 “국민편익을 위한 고속도로가 정치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예타 평가 이후 교통 수요·환경·지역 여건 등을 반영해 노선을 변경한 사례는 충분히 있었다”며 “국토부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선을 최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총선을 앞두고 거짓 선동의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다”며 “‘뇌송송 구멍탁’ 쇠고기 괴담, 사드 전자파 참외로 재미 본 민주당이 후쿠시마 처리수 괴담에 이어 2만명의 국민이 이용할 도로를 볼모로 또 가짜뉴스 선동에 열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특히 원 장관은 장관직과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민주당의 특혜 의혹 제기 역시 정치적 이득을 위한 선동으로 규정했다. 광우병, 사드, 후쿠시마 오염수 등과 묶으면서 선동, 괴담론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과학적 근거, 정당한 절차를 내세워 민주당의 공세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 강득구 단장이 6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고속도로 종점 인근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에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며 부당한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단장인 강득구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여러 가지로 제보를 갖고 고민을 하다가 확인한 바로는 대통령 부인 포함해서 부인의 모친 최은순 일가의 땅들이 이쪽(양평 고속도로 종점 부근)에 상당 부분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차명으로 소유한 땅도 있다며 “최은순씨의 가족 그리고 또 전 내연남 얘기도 저희들한테 들어온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감사 포함해서 드러날 사항인데 이걸 바꾼다는 건 그렇게 웬만한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지 않으면 쉽지 않다라는 게 제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최소 장관급)적어도 그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라는 게 주변의 생각.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윗선을 겨냥했다.

민주당 소속 국토위 위원들은 이날 강상면 현장을 방문했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예타를 통과한 종점 노선이 왜 바뀌었는지 많은 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 상식적이지 않고, 선례가 없는 게이트성 의혹이 제기됐는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은 한두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까면 깔수록 특권 카르텔로 드러나는 김건희 여사 일가 고속도로 특혜 의혹의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혀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정부를 정조준 하는 모습이다.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 외에도 검찰 출신들이 각 기관에서 낙하산인사로 기용됐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을 주문하자 역공에 나선 모양새다. 민주당에서 ‘내부 카르텔’을 새롭게 들고나온 만큼 여야 간 공방은 지속할 전망이다.

최우석·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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