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함은 우리가” 한화오션, 첫 대규모 투자
8000억대 울산급 5·6번함 입찰
향후 대형 프로젝트 전초전 성격
1000억원대 탑재공장 신축 검토
‘라이벌’ 현대중공업과 수주 경쟁
해군의 울산급 호위함 배치3(Batch-Ⅲ) 5·6번함 입찰에 참여한 한화오션이 첫 대규모 시설투자를 예고했다. 군함 2척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실내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호위함 수주 여부에 따라 향후 예고된 함정 프로젝트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군함 시장의 두 강자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자존심을 건 입찰 경쟁이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은 6일 “호위함 건조를 위한 대규모 시설 투자를 검토한다”고 6일 밝혔다. ‘실내 탑재공장’을 신축하는 게 핵심이다. 탑재 공정은 선박의 각 블록을 연결하는 공정을 말한다. 한화오션은 수상함(잠수정을 제외한 모든 군함)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실내 탑재공장을 세워 우천·태풍 등 기상 영향도 최소화하고 야간 작업을 원활히 해 납기를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300t 규모의 크레인 2기도 설치된다. 실내용 크레인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한화오션은 “선체 및 탑재 장비의 오염과 손실을 최소화해 수상함의 품질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해당 공장에 1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돼 재출범한 이후 첫 대규모 투자로, 해군의 울산급 배치3 5·6번함 입찰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은 3500t급 함정 6척을 건조해 노후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는 프로젝트다. 5·6번함에 배정된 예산은 8334억원이다. HD현대중공업이 1번 선도함을 지난 4월 진수했고 2~4번함은 SK오션플랜트가 수주했다.
지난달 30일 방위사업청이 공고한 5·6번함 입찰에서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두 회사가 맞붙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현장 실사와 사업제안서 평가 등을 거쳐 이달 중순쯤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다. 한화오션은 “이번 시설 투자로 울산급 호위함 5·6번함 건조를 위한 최적의 건조 시설로 활용한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군함 시장의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힌다. 두 회사 모두 40여년간 100척 이상의 함정을 건조하며 각자 ‘수상함 명가’라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2018년 이후 군함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 이번 5·6번함 사업은 일종의 설욕전인 셈이다. HD현대중공업도 “절대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가 이번 입찰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수주 여부에 따라 향후 예고된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 등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KDDX는 최신식 기술이 투입된 ‘미니 이지스함’으로도 불리며, 예상 수주금액만 총 7조8000억원에 달한다.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나눠 맡았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당시 대우조선의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하는 등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앞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승인 여부를 놓고 양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막판까지 신경전을 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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