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키워 ‘이통 3사’ 과점 견제”…촉진한다고 경쟁이 될까
설비 투자·가입자 다수 업체에 인센티브…이통 3사 자회사 점유율 제한
제4 이통사 불발, 우회로 선택…대부분 중소업체인 업계선 “그림의 떡”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책도 내놨지만 ‘단말기값 인하’ 빠져 실효성 의문
정부가 통신 3사 과점 체제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다양한 ‘알뜰폰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투자 의지가 있는 알뜰폰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고, 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 제한에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알뜰폰 시장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자본력이 빈약한 중소업체들에는 ‘그림의 떡’과 같은 조치라고 본다. 2011년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중소업체들의 진출을 독려했던 알뜰폰 제도 운영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자체 설비를 갖추거나 다량의 가입자를 보유한 알뜰폰 업체가 통신 3사에서 데이터를 대량으로 선구매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소업체들 중심인 알뜰폰 시장 내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고 더욱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현재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포함해 전체 알뜰폰 등록 업체는 62개다.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 업체는 45개로 이 중 영업을 활발히 하는 곳은 20여개이다. 문제는 정부 바람대로 과금이나 가입자 정보 관리에 필요한 전산 설비를 갖출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KB국민은행 정도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 구축과 관리에 최소 수십억원이 든다”며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다 중소업체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신 3사 자회사의 점유율 제한도 실질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알뜰폰 회선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차량용 회선을 통계 산정 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통신 3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알뜰폰 시장의 50%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통계에 차량용 회선이 포함돼 있어서 이들 자회사의 점유율은 30% 수준으로 현실보다 낮게 왜곡돼 있다는 논리다. 통신 3사 자회사 비중을 현 수준에 묶어두고 순수 알뜰폰 업체들의 점유율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가계 통신비 인하 대책으로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를 추진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시행 중인 최적요금제는 가입자 이용 패턴을 분석해 주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통신 상품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저렴한 5G 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독려하고 통신 3사의 5G 최저요금 하향을 추진한다. 또 고가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통망의 추가지원금 한도를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까지 상향하는 입법에도 나선다. 비싼 5G 요금제 가입 강제 행위를 막고 통신사 약정으로 구매한 단말기도 LTE(4G)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번 대책은 통신 3사를 견제할 제4 이동통신사의 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알뜰폰을 지원하는 우회로를 택한 격이다.
또 가계통신비 증가의 근본 원인인 고가 단말기 가격 인하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비 지출이 전년 대비 5.8% 증가한 가운데 휴대전화 같은 통신기기 가격은 7.2% 상승했다. 같은 기간 통신 서비스 이용료는 2.5% 오르는 데 그쳤는데도 거의 모든 대책이 단말기 제조사가 아닌 통신 3사를 향해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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