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부축해 지문으로 ‘폰 잠금 해제’…5천5백만 원 털었다
[앵커]
서울 강남 일대에서 만취한 사람들을 부축하는 척하며 돈을 빼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취객의 휴대전화에 있는 은행 앱에서 강제로 지문을 찍어 계좌 이체를 한 건데 이렇게 빼앗은 돈이 5천 만원이 넘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역 인근 대로변, 술에 취해 비틀대는 행인 뒤를 한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 갑니다.
기둥 뒤에서 주먹을 휘두른 뒤, 휴대전화를 빼앗아 강제로 지문을 찍습니다.
은행 앱에서 천만 원을 이체하는 모습입니다.
이번엔 서울 역삼동의 유흥가.
정신을 잃고 벽에 기댄 남성을 부축하더니, 후미진 곳으로 끌고 갑니다.
한 손에는 취객의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습니다.
[피해자 : "제가 잠시 나왔다가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나요. 카드론을, 돈을 찾아서 1천만 원을 인출해갔더라고요."]
역시 지문 인식으로 온라인 대출을 받게 한 뒤 천만 원을 본인 계좌로 송금한 겁니다.
남성은 이곳에서 만취객을 데리고 7백 미터 넘게 이동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CCTV가 없는 골목길을 노린 겁니다.
이른바 '부축빼기범'인 30대 정 모 씨가 1년 동안 서울 강남 일대에서 저지른 범행은 11차례. 빼앗은 돈은 5천5백만 원입니다.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기억이 없는 피해자들에게 이튿날 다시 전화해 온갖 명목으로 합의금을 요구했습니다.
[정 모 씨/음성변조 : "저희 집사람 옷에도 토했어요. 제 와이프 허벅지 베고 잔 거 아세요? 40만 원 먼저 어떻게든 해주세요."]
[피해자/음성변조 : "지금이요?"]
[정 모 씨/음성변조 : "네."]
[피해자/음성변조 : "송금을 어떻게 해야 되지?"]
정 씨는 강도, 절도,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금융기관 앱에는 지문 외에 추가 인증 절차 설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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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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