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영상본부 없앤 SBS A&T, '수익 위한 졸속개편' 비판

윤유경 기자 2023. 7. 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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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A&T, 의견수렴 과정 없이 보도영상본부 없애고 방송제작본부 신설
'영상 저널리즘에 대한 고려 없는 수익 강화를 위한 일방적 조직개편' 비판 이어져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SBS A&T가 일방적으로 보도영상본부를 없애고 보도영상 조직을 예능과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송제작본부와 통합해 보도 부문을 해체시키려는 졸속개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내부 구성원들은 회사가 이익 창출에 매달리기 위해 영상 저널리즘 보도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SBS A&T 사측은 지난달 30일 오후 기획실장, 방송제작본부장, 경영기획실장 인사를 포함한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보도영상본부를 없애고, 방송제작본부를 신설한 것이 주요 개편 내용이다. 사측은 보도영상본부 중 보도와 관련된 역할을 해왔던 영상 취재팀, 영상 편집팀, 뉴스 디자인팀 등 세 팀과 예능과 드라마를 제작하던 '기술영상본부'를 합쳐 방송제작본부에 포함시켰다. 카메라 감독등이 소속돼있던 영상제작 1팀과 2팀도 하나로 합쳐져 방송제작본부에 들어갔다. 뉴스 디자인팀도 제작CG팀과 하나로 합쳐졌다. '보도 부문을 해체시켜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계기술팀도 제작과 보도 업무로 분리됐다. 대형중계차와 소형중계차를 분리해 대형은 방송기술팀, 소형은 뉴스기술팀에 통합시켰다. 방송기술인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보도 중계 현장 특성상 조직개편된 인원만으로 모든 뉴스 중계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대형과 소형중계차는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해왔는데 중계시설 관리를 이중화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중복 투자의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SBS 방송기술인협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이번 조직개편은 기술 조직 축소를 위한 단편적인 조치로만 보일 뿐, 신속하고 간결한 의사결정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며 “보도, 예능, 스포츠 등 다양한 이벤트로 단기간 증가하는 업무량을 고려해 중계 인원과 시설을 유동적이며 통합적으로 배치하며 대응해 온 중계기술팀의 업무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조직개편”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기획실'은 조직이 개편되면서 새로 생긴 본부다. 본래 '경영국'이었던 부서가 '경영기획실'로 격상됐다. 경영기획실장으로는 이희근 전 경영국장이 임명됐다. 이에 SBS 내부에서는 보도 부문을 약화시키고, 경영 부문을 강하게 해 저널리즘을 약화하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6일 미디어오늘에 “A&T 사측의 불통 리더십과 폭주는 지난해 말 이동희 사장이 임명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이 사장은 임의적 기구 개편과 조직 인사는 없을 거라고 했는데 불과 6개월만에 뒤집고 있다”며 “이희근 실장은 전 A&T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당연히 단체협약이 중요한 걸 알아야 하는 사람이 사실상 단협 조항을 파괴하는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 SBS A&T 로고.

사측은 조직개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SBS 구성원들에 따르면, 사측은 게시판을 통한 전체 공지를 불과 5시간 여 앞두고 노조에 일방 통지했다. 보도영상본부장도 조직개편 하루 전에 통보받았다. 개편으로 인해 사라지는 팀의 팀장들마저도 개편 소식을 알지 못했다.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는 노사의 단체협약 위반 사항이다. 2021년 노사합의문에는 '명칭 변경이나 직제 개편에 따른 대상자의 변동사항 발생 시 노사합의를 통해 적용 대상을 재검토한다'고 명시돼있다. 아울러 단체협약 제5장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해 보도영상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중간평가제'와 '긴급평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2021년 12월 공정방송 보장을 위해 넣은 조항이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와 어떠한 소통도 없이 조직을 개편했고, 결과적으로 보도영상본부장에 대한 중간평가와 긴급평가는 대안 없이 사라졌다. 이 또한 단협 위반 사항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고려 없는 수익 강화만을 위한 조직개편' 비판 이어져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지난 4일 성명에서 “이번 졸속 조직개편은 SBS가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 대표민영방송사로서 추구해왔던 공정하고 공익적인 보도의 역할을 포기하고, 오로지 이익 창출에 매달린 사영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밀실에서 계획되고 추진된 조직개편의 실상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SBS A&T의 많은 구성원들이 갖게 된 자괴감과 불신은 SBS A&T의 화합과 발전에 큰 저해요인이 될 것”이리고 비판했다.

이번 개편의 당사자인 한국영상기자협회 SBS A&T 지회도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사측이 내놓은 조직개편을 보면 업무 연관성을 무시한 사측의 편의에 따른 쪼개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사장은 담화문에서 효율성, 사업 강화와 수익사업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보도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고려도 없다. 소통을 강화한다면서 모든 구조를 전근대적 방식으로 중앙 집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경쟁력을 제고한다'면서 구성원들의 의욕을 갉아먹는 조직 개편이 어떤 식으로 경쟁력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며 “우리는 이런 류의 밀실 결정, 억지 개편이 회사의 미래가 아니라 경영진과 일부 인사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3일 성명에서 “노조는 노동존중과 책임경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A&T 사측을 향해 엄중 경고한다”며 “기습적인 기구개편 발표로 조직에 초래한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 잡아라. 구성원에게 개편 목적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반드시 갖춰라”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6일 오전 10시부터 약 380여명의 A&T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한 의견수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오후 7시 시점) 조합원의 40% 이상이 조사에 참여했고, 참여한 조합원의 90% 이상이 조직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단협 파괴 행위와 공정방송 책임자에 대한 평가 대안을 물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노조는 오는 10일부터 피켓 시위 단체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12일에는 노사협의회가 예정돼있다. SBS A&T 측은 미디어오늘에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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