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자 권영준, 법률 의견서 30건 써주고 김앤장서 5년간 9억 넘게 받았다

김혜리 기자 2023. 7. 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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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 재직하며
대형로펌 7곳 18억 수입
권 “소신에 반하면 거절”
장혜영 “학자 윤리 맞나”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사진)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난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법률의견서를 작성해주고 10억원가량 보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권 후보자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김앤장에 30건의 법률의견서를 작성해주고 9억4600만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다. 이 중 15건은 한국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인 소송 사건이다. 13건은 국제중재, 2건은 국제소송 사건이었다.

권 후보자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그는 해당 기간 로펌 7곳의 의뢰를 받아 38개 사건의 법률의견서 63건을 작성했는데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곳이 바로 김앤장이다. 그 밖에 권 후보자가 법률의견서를 써준 로펌은 법무법인 세종, 태평양, 율촌, 한결, 피터앤김, 바른으로 파악됐다.

권 후보자는 의견서 1건을 작성해준 대가로 로펌에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올린 총 수입은 18억1563만원(세금 등 공제하면 6억9699만원)이다.

권 후보자가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받은 돈은 서울대에서 받은 급여보다 훨씬 많다. 권 후보자는 2018~2021년 서울대에서 매년 1억1000만~1억2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같은 기간 그가 의견서를 통해 얻은 소득은 1억900만~1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김재형 전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 그가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에 법률의견서 7건을 써주고 1억5000여만원을 받은 게 논란이 됐는데 권 후보자는 그보다 건수도, 액수도 많다. 이번에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2018년 이전까지 따지면 법률의견서 건수와 이를 통해 거둔 수입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률의견서는 사건 당사자나 변호사가 소송에서 승소하고자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문서로, 소송에 활용된다. 국립대학 교수인 권 후보자가 자신의 연구 내용을 소송 일방 당사자 승소를 위해 제공하고 거금을 받은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권 후보자는 “의견서와 증언 요청을 많이 받았으나 법리 발전에 기여하거나 국제분쟁의 장에서 한국 법의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고 후보자의 학술적 견해와도 일치하는 경우 요청을 수락했다”며 “학술적 소신과 지론에 반하는 경우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해왔다”고 했다. 또 “받은 보수는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장혜영 의원은 “건당 수천만원의 보수를 받고 소송 일방에 유리하게 작용할 의견서를 작성해준 것이 학자 윤리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대형 로펌이 관여된 사건을 많이 다루게 될 대법관으로서는 아무리 불편부당한 판결을 하더라도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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