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가 꺼내든 ‘김건희 녹취록’···검찰 “오히려 관계 있다는 증거”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10년 도이치모터스 주식 48만주를 10만주씩 나눠 팔았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 내용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 재판에서 공개됐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측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혐의와 무관하다는 근거로 이 녹취록을 제시했다. 검찰은 “오히려 권 전 회장과 김 여사 사이 의사 연락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가 6일 심리한 권 전 회장 등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두번째 공판에서 권 전 회장 변호인은 ‘대신증권 녹취록’을 처음 제시했다. 그는 “녹취록 내용을 보면 2010년 10월 계좌주(김 여사)가 증권회사 담당자에게 일임매매 했다”며 “계좌주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합리적 선택을 한 일련의 거래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 거래는 1심 재판에서도 다뤄졌다. 검찰은 당시 2010년 11월 2차 작전을 주도한 ‘주포’ 김모씨와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임원 민모씨가 시세조종을 하는 데 김 여사 계좌가 사용됐다고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계좌에서 직접 주문을 낸 것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다”면서도 “문자메시지를 통한 의사연락과 주문·체결 시점을 종합해보면 권 전 회장 또는 시세조종 세력에 일임됐거나 적어도 이들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권 전 회장 측은 이날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담당자와 상세하게 논의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은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의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유력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심 내내 권오수는 어떤 거래로도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권오수가 관여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음에도 검찰은 ‘김씨(2차 주포)-민씨-이씨(2차 주가조작 선수)-권오수’로 의사 연락이 이어지는 통정이 있었다고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팔아달라고 하는 녹취는 전혀 없다”며 “검찰이 이런 녹취서가 있으면서도 제출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했다. 권 전 회장 측은 재판부에 “오늘 제출한 녹취록을 살펴 1심 판결을 바로잡아 달라”고 했다.
검찰은 “녹취록은 오히려 권오수와 김건희의 관계를 더 맞춰줄 수 있는 증거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녹취록을 보면 김 여사는) 최초에 48만주를 갖고 있으면서도 10만주씩 팔아나간다. 김씨(2차 주포)가 계속 10만주씩 팔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가 갖고 있던 주식 48만주를 작전세력이 10만주씩 쪼개서 팔고 있다는 사실을 김 여사가 적어도 알고는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권오수가 ‘주변 지인 물량을 받아서 거래량을 터뜨리겠다’, ‘10만주씩 끊어서 팔아달라’는 (다른 피고인들과 주고받은) 문자와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녹취록은 검찰이 (1심 재판) 당시 수사중이어서 제출하지 않은 것이지, 권오수에게 유리한 자료라서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들을 상대로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여부를 수사 중이다. 앞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주요정보 이용 혐의를 무혐의 처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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