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장관도 “민주유공자법 거부권 필요”…야당 반발

유새슬 기자 2023. 7. 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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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단합해 보훈 특혜”
민주당 “엉뚱한 핑계” 반박

국민의힘에 이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사진)도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장관까지 직을 걸겠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박 장관은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주무 장관도 내용을 알 수 없는 법안을 어떻게 통과시키나”라며 “장관을 그만두더라도 당연히 거부권을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대안으로 가결된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외에 ‘유사한 정도의 민주화 기여도가 인정되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예우하는 내용이다.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행방불명·부상자와 그 가족이 보훈부에 유공자 등록 신청을 할 수 있고 보훈부는 심사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여권이 강하게 문제 삼는 것은 민주화운동의 범위다. 법이 통과되면 공산 혁명을 기도한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 경찰 7명을 숨지게 한 부산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까지 민주유공자로 인정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박 장관은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국민이 그걸 받아들이겠나”라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 법의 핵심은 운동권 생태계를 단합해 보훈 특혜를 공공연하게 제도화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엉뚱한 핑계”라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내란죄·외환죄·폭력·살인죄 등은 유공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민주유공자법은 그것을 다 포함하고 있다”며 “남민전 사건과 동의대 사건은 원칙적으로 (유공자 인정 대상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상임위 소위를 막 거친 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에 박 장관이 참전하면서 전선은 행정부까지 급격하게 넓어졌다. 지난 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이 단독으로 소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자 보훈부는 입장문을 내고 “민주유공자법은 남민전 사건 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수많은 사건과 그 관련자를 민주유공자로 예우하자는 취지의 법률안”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두 차례나 거부권을 사용한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부담이다. 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당과 주무 부처 장관이 거부권 필요성을 역설하며 여론전에 앞장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한국 사회의 해묵은 이념 논쟁을 부각하고 나선 것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극우 세력을 일단 결집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박 장관은 이날 “공부를 해보면 해볼수록 이분은 친일파가 아니다. 제 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고 단언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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