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과 냇물, 여기가 남극 맞아? 바다에서도 '이상 신호'
<앵커>
앞서 보신 대로 이상 기후가 나타나는 것은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제(4일)는 역사상 지구 온도가 가장 높았던 날이었습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 종전 최고 기록이 2016년 섭씨 16.92도였는데, 지난 3일 17도 선을 처음 넘었고, 바로 다음 날 17.18도까지 치솟은 것입니다. 이렇게 지구가 더워지면 기후 변화에 취약한 극지 상황은 더 심각해지는데요.
남극에서 눈과 얼음이 녹아 풀로 점점 뒤덮여가고 있다는데, 이런 이상 신호를 서동균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해안가 바로 옆, 투박한 땅 위로 남극세종기지가 보입니다.
저 멀리 눈 덮인 남극 대륙이 보이기 전까지는 남극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올해 남극의 여름은 기온이 2~3도를 웃돌았는데, 평년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기온은 가파른 상승세입니다.
바위 사이로는 눈이 녹아 냇물이 흐르고, 대륙 곳곳에는 눈 대신 식물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형석/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 책임연구원 : 눈이 갑자기 확 사라지고, 그 전에는 별로 눈에 안 띄던 초록색이 군데군데 덩어리들이 보이거든요. 그 전에 비해서 개체수도 많이 늘어났고 그리고 특히 크기가 많이 커졌어요.]
늘어나는 남극의 녹색, 특히 토착종인 남극좀새풀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색부터 크기까지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남극의 이상 징후, 또 하나는 바다의 변화입니다.
남극해는 지구상의 열과 탄소, 상당수를 저장하는 대형 저장고입니다.
이곳에서만 연간 5억 5천만t의 탄소가 흡수되는데, 전체 해양의 18% 수준입니다.
이렇게 흡수된 탄소와 열은 얼음이 얼면서 무거워진 물과 함께 수심 4천m까지 가라앉아 전 세계를 순환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바다 깊은 곳에 탄소가 저장됩니다.
그런데 최근, 남극 물이 가라앉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얼음이 얼 때는 물만 얼기 때문에 주변 해수의 염도가 높아지고 결국, 밀도가 높아집니다.
남극해에서 저층수가 생성되는 원리인 것이죠.
이곳은 동남극의 웨델해인데, 남극 저층수의 50% 이상이 이곳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최근 해외 연구진의 연구 결과, 1992년부터 해빙이 40% 감소하면서 저층수 생성도 30% 감소했습니다.
원인은 저 멀리 떨어진 뜨거운 적도였습니다.
라니냐가 우세했던 지난 10년 동안 서남극 아문젠해에는 강한 저기압성 소용돌이가 발생했습니다.
북반구와 다르게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이 소용돌이는 적도의 뜨거운 바람을 남극해로 불어넣었고, 결과적으로 얼음이 얼지 못하면서 저층수도 감소한 것입니다.
[김태완/극지연구소 해양본부 책임연구원 : (저층수 감소로) 적도와 그리고 고위도 지역과의 온도 차이가 커져서 이상기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극은 얼음이 얼어야 할 겨울임에도 따뜻한 물이 해빙을 녹이고 있습니다.
[남석현/남극 장보고과학기지 해양연구대원 : 보통 해빙 위에서 이제 해빙 코어링이라는 작업을 하는데요. 보통 12월 정도까지는 지속이 됐어야 되는데 (이번엔 녹아서) 11월에 이제 그게 모두 종료가 됐고요.]
극 지역은 기후 변화의 미래를 보여주는 지역입니다.
1만km 이상 떨어진 극 지역의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에 이상 징후가 생기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영상취재 : 임동국·한일상,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최하늘·서승현·제갈찬·김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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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동균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남극 변화,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서동균 기자 : 태풍을 예로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태풍이 강해지는 데는 분명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사례처럼 남극 순환이 멈추면서 열적 불균형이 높아지는 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최근 중심 풍속 초속 54m 이상의 초강력 태풍의 발생 건수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기후학자들이 이런 현상들을 기후 변화의 원인이라고 평가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Q. 앞으로도 더 큰 영향?
[서동균 기자 :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태풍은 저위도의 열을 고위도로 수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남극의 해양 순환이 멈추면서 열적 불균형이 높아지면 대기, 즉 태풍의 역할이 더 중요해집니다. 초강력 태풍처럼 전보다는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고위도로 북상하게 되는 것이겠죠. 미래의 초강력 태풍, 또 예측하기 힘든 기상 현상이 더 잦아질 것이라는 것이고 또 그 피해가 모두 우리의 몫이 될 거라는 것입니다.]
▷ 차도 뒷걸음질…'시속 146㎞' 강력 여름 폭풍 유럽 강타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258095 ]
서동균 기자 wind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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