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로만 알았던 이승만·박정희... 이제라도 바로잡으려 다큐 영화 만든다”
영화 ‘별들의 고향’으로 유명한 이장호(78) 감독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다. 이 감독은 6일 본지 통화에서 “두 분을 둘러싼 괴담을 벗겨내는 작업이 관객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년 봄 개봉을 목표로 곧 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영화 제목은 ‘하보우만의 약속’. 애국가 가사인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의 줄임말이다. 절대자의 도움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여러 위기를 넘기고 오늘의 성취를 이뤘다는 이 감독의 믿음이 담겼다. 이 감독은 “저도 한때는 두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만 봤다”며 “저처럼 속아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변한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건 부친 영향이 컸다. 미 군정 때 공보처에서 영화 검열관을 했던 부친은 신익희를 존경하고 톨스토이의 농노해방론을 신봉하는 낭만적 사회주의자였다. 이 감독이 1976년 대마초 흡연으로 활동 정지를 당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자리 잡았다. 관객 5만명이 들면 공전의 히트작이던 시절, 46만5000명을 동원한 ‘별들의 고향’으로 스타 감독 대우를 받던 때였다. 그때의 경험에 갇혀 있다가 “철이 늦게 들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함경남도 북청이 원적(原籍)인 이 감독은 북한인권국제영화제의 공동 조직위원장도 지냈다. 지난해에는 자유와 정의, 인권을 주제로 하는 ‘락스퍼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하보우만’은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확장된 작품이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를 폭넓게 다루려면 탄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료나 인터뷰를 단순 나열하지 않고 컴퓨터 그래픽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영화적 감각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극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선택한 것 역시 의도적이다. “극 영화로 만들면 일부에서 ‘수구 꼴통이 소설 쓰고 있네’라며 보지도 않고 폄하하지 않겠는가. 두 대통령이 이룬 업적을 오직 역사적인 사실에 입각해서 보여주면 누구라도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감독은 “영화계 일부 후배들이 제 작업을 마뜩지 않게 여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관객을 모으려는 영화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저는 저의 길이 있다. 제가 영화판에서 쌓은 경험, 관객에게 받은 사랑을 제 방식으로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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