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끼 착용자 감정상태 등 모니터링… 압력 조절해 안정감 줘” [세계로 뛰는 중소기업]

이동수 2023. 7. 6. 2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조끼 ‘허기’ 개발한 돌봄드림 김지훈 대표
시중 발달장애인용 중량 조끼서 착안
성장기 특성 고려 공기 압박으로 효과
사회적 문제해결·사업성 두 토끼 잡아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허무는 데 초점
아이들 집중력 향상·수면유도 큰 효과
스트레스 호르몬 지수도 57% 줄어들어
2030년까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목표
“공황장애·ADHD 등 대상 확대해 나갈 것”

국내 스타트업계의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헬스케어·바이오는 벤처캐피털들에게 투자 유망 분야로 꼽힌다. 생체 정보를 인식해 현재 몸 상태를 파악하는 웨어러블 기기,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는 점점 늘고 있다. 대표적인 건강 관리 솔루션인 ‘삼성 헬스’는 매월 전 세계에서 64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기존 헬스케어 제품들은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수면 시간·패턴 등의 결과값을 보여주면서 어떤 생활패턴이 수면에 도움이 될지 추천할 뿐 기기나 앱을 통해 솔루션을 직접 경험할 순 없다.
멘탈헬스케어 스타트업 ‘돌봄드림’ 김지훈 대표가 4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개발한 돌봄 조끼 ‘허기’(HUGgy)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기는 공기 주입식으로 조끼 압력을 높여 심부 압박(Deep Touch Pressure)을 통해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착용자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이제원 선임기자
스마트 돌봄 조끼 ‘허기’(HUGgy)는 이 같은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기는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착용자의 감정상태와 스트레스를 모니터링하고, 조끼의 압력을 높여 심부 압박(Deep Touch Pressure)을 통해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착용자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무거운 이불을 덮거나, 죽부인을 안거나, 누군가가 안아줬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원리다.

2020년 창업 이후 2년 만에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박람회 CES에서 혁신상을 받고, 허기를 개발한 청년창업가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가 최근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에 선정된 것도 이 같은 차별성 때문이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김지훈 대표를 만나 허기 개발 과정과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올해 27세인 김 대표는 “돌봄드림의 지난 2년4개월은 오로지 제품 개발에 몰두한 시간”이라며 “제조업 경험이 전무했기에 모든 과정이 맨땅에 헤딩이었다”고 회상했다.
◆사회적 가치·사업성 동시에 노린다

김 대표가 2020년 24세의 나이에 창업에 뛰어든 건 우연과 필연의 연속이었다.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1인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사업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고 한다. 경기북과학고를 조기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 진학했고, 전공으로 생명화학공학과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친구 손에 이끌려 갔던 학과설명회에서 기술경영학과로 진로를 결정했다. 김 대표는 “그때 학과설명회에 안 갔으면 지금쯤 회사원으로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에게 카이스트는 창업의 꿈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기술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창업융합 전문석사 과정 중 소셜벤처 사업에 매력을 느꼈다. 김 대표는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사업성 있는 기업을 경영하는 부분에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허기는 복지관에서 근무하던 친구와 발달장애인 문제에 대해 논의하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 대다수가 3년에서 5년에 달하는 대기시간으로 적기에 치료받지 못한다는 걸 확인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할 기술 기반의 솔루션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발달장애인용 중량 조끼는 행동불안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었지만, 무게가 상당해 성장기 아동의 골격에 무리를 주고 평상복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중량이 아닌 공기 압박으로 공기를 주입하는 조끼를 고안한 이유다. 아울러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조끼를 만들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데 초점을 뒀다.
김 대표가 창업에 앞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시장성이다. 그는 “단순히 사회적 의미만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면 기업의 영속성을 해칠 수 있다”며 “시장조사 결과 발달장애아의 부모들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큰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교내 창업 대회에 3번 도전한 끝에 최우수상(1위)을 받으며 허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허기가 김 대표의 첫 창업 아이템은 아니다. 김 대표는 “요일별로 지식 관련 영상을 연재하는 ‘오아시스’라는 지식영상콘텐츠 플랫폼을 허기 이전에 운영했다”며 “사업도 잘되고 계속할 수도 있었는데, 허기랑 시기가 겹치면서 한쪽은 포기해야 했다”고 했다.

◆“집중↑·스트레스↓… 타깃 확장”

김 대표는 허기 효과를 확인하는 데 공을 들였다. 시소감각통합상담연구소와 협업해 테스트한 결과 수업에서 글씨를 한 줄만 쓰고 산만했던 아이들이 두 장 정도를 집중해서 쓰거나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었다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이 쌓였다.

치료사들이 허기 착용자를 중증부터 경증까지 1∼5점으로 점수화해 측정한 결과 수업집중도가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화학적 지표로 허기 착용 이후 타액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측정해 확인하니 스트레스가 57% 감소했다.
김 대표는 내년 상반기 내 허기에 스마트를 더한 스마트 조끼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돌봄드림은 손펌프로 작동하는 허기만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 허기는 자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착용자의 피부 전도, 심박수 등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해 착용자의 감정 및 스트레스 상태를 체크하고 스스로 공기량을 조절한다. 보호자가 착용자의 상태와 위치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아의 실종 문제가 심각해 위치 추적 기능을 넣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2030년까지 멘탈헬스케어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음 행보는 장애인 치료 과정을 돕는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다. 서울대병원, 한국장애인개발원 등과 협업 중이다.
김 대표는 “의료 차트를 활용하는 병원과 달리 치료기관의 경우 수기 기록이나 치료사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스마트 허기를 통해 수집한 생체 데이터를 활용해 착용자의 상태 모니터링, 문제 행동의 개선 과정 등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조끼가 필요한 공황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수면장애 등 다양한 대상을 타깃으로 진출할 예정”이라며 “북미 크라우드펀딩도 계획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