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의 정신 분석… 보 이즈 어프레이드

엄형준 2023. 7. 6. 21: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망상장애(편집증)가 실체화돼 다가온다면? 내면을 후벼 파는 3시간에 가까운 압박은 심장을 죄어오고, 비상구로 탈출하지 못하는 관객을 심연으로 침몰시킨다.

에스터 감독의 팬임을 자처한 봉준호 감독은 개봉 이틀 전 특별상영회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GV) 행사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교통사고가 날 때까지, 정확히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거기 나오는 모든 샷과 모든 사운드, 연기의 파편들에 저는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것은 마스터의 경지"라고 평가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잠 못 들고 초조하게 하는 위협의 백과사전
절대적 엄마와의 ‘오이디푸스·엘렉트라 콤플렉스’
인간 내면 드러내 모순적 행동 설명…전작보다 난해
보 역에 ‘조커’ 호아킨 피닉스… 신들린듯한 명연기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망상장애(편집증)가 실체화돼 다가온다면? 내면을 후벼 파는 3시간에 가까운 압박은 심장을 죄어오고, 비상구로 탈출하지 못하는 관객을 심연으로 침몰시킨다.

‘유전’, ‘미드소마’로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연 아리 에스터 감독의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지난 5일 개봉했다. 이 참신한, 그러나 보기에 곤혹스러운 공포의 영역에 많은 이가 호기심을 느끼는 건, 태양이 너무 눈부셔서이거나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보’역) 연기에 대한 기대 때문일지 모른다.

영화는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거나, 몇몇 부분은 매일 생각나는, 우리를 잠 못 들고 초조하게 하는 것들의 위협으로부터 시작된다.

에스터 감독의 팬임을 자처한 봉준호 감독은 개봉 이틀 전 특별상영회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GV) 행사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교통사고가 날 때까지, 정확히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거기 나오는 모든 샷과 모든 사운드, 연기의 파편들에 저는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것은 마스터의 경지”라고 평가했다.

영화의 초반은 봉 감독이 이날 관객들에게 “‘숨통을 조여오는 느낌’과 ‘면도칼로 몸 여기저기를 베이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물은 대로다.

에스터는 도입부를 통해 영화에 몰입하기 시작한 관객을 보다 깊은 정신세계로 이끈다. 거대한 존재인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벗어나고 싶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사이에서 보는 방황한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죄책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 보는 어머니에게 붙잡혀 있던 남성성을 해방할 기회를 얻지만, 공포의 심해를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순 없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처음 방한한 에스터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삶과 인생에 대한 얘기”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했지만, 영화를 한 번 보고 감독의 의도를 단박에 이해하긴 어렵다. 에스터 감독은 공포물이라기보다 정신분석학에 가까운 이 영화를 “장르는 본질적으로 코미디”라고 했지만, 결코 웃으며 극장을 나설 수도 없다.

감독은 ‘전지적’ 입장에서 영화의 극본을 썼겠지만, 관객은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해석의 즐거움을 주지만 모든 관객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의 전작 ‘미드소마’는 인간의 집단적 광기를 통해 내면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면, 이번 작품은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의 모순적 행동을 설명하려 한다. 전작보다 더 어렵고 난해한 영화 안에서 확실한 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피닉스의 엄청난 연기력이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