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급했으면 보험까지 영끌?…70조 육박한 약관대출 사상 최대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7. 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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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생명보험 계약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보험약관대출이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었다. 취약 차주들이 보험 해지 전 급전마련 수단으로 담보대출을 받았고, 일부 우량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해 다른 대출을 갚는 ‘대환대출’로 활용한 영향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약관대출은 올들어 4월까지 넉달 간 2조3176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해 증가세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 1~4월 약관대출 잔액은 47조3259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51조4807억원으로 4조1548억원이나 늘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간 3조2593억원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급증세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보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의 일부를 미리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보험사나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해지환급금의 50~95%까지 받을 수 있다. 전화나 모바일,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24시간 바로 입금받을 수 있어 간편하다. 신용등급 조회를 비롯한 대출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어 언제든 쓰고 갚을 수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우량 차주들이 추가 대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흔했다.

올해 급증세는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여파로 취약차주들이 몰린 ‘불황형 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해지환급금 일부를 받는 것이고 보장내역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해지보다 훨씬 낫다. 전에는 보험약관대출을 모르는 분들도 많았는데, 최근 많이 알려지면서 신청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행보다 오히려 금리가 높은 것은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이같은 상황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약관대출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해왔다. 최근 동양생명과 NH농협생명 등은 기존 연 9%대이던 약관대출 금리를 연 5%대로 내렸고, 다른 보험사들도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모 생보사에서 연 5%대 금리로 900만원의 보험약관대출을 받았다는 40대 직장인 윤 모씨는 “20년 전 가입해둔 정기보험 약관대출을 검색해보니 금액이 꽤 되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면서 “다만 내 돈을 담보로 빌리는 것인데 대출금리가 너무 높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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